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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미국 학생들의 수학·과학 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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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미국 학생들의 수학·과학 실력

입력
2011.02.13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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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중학교에는 '매스카운트'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수학에 재능 있는 학생들을 학교에서 10명 정도 뽑아 창의력 있는 수학을 가르치는 과외활동이다. 이 학생들이 학교를 대표해 매스카운트 대회에 참가한다. 처음 카운티별 대회에서서 등위 안에 들면 주 대회, 여기서도 성적을 올리면 전국대회에 나가는 식이다.

아시아계가 장악한 매스카운트

얼마 전 매스카운트 카운티 대회에 가볼 기회가 있었다. 3개 카운티에서 50개 학교가 참가했는데 열기가 대단했다. 학생 학부모 대회관계자 등 1,000여명이 대형 강당을 가득 메웠다. 학생들의 실력은 예상 이상이었다. 개인전에 나온 학생들은 최상위여서 그런지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사회자가 문제를 다 읽기도 전에 벨이 울렸고, 정확히 답을 맞췄다. 그 복잡한 문제를 어떻게 짧은 시간에 풀 수 있는지 신기할 따름이었다.

더 놀랐던 것은 학생들의 피부색이었다. 머리는 온통 까맣고 얼굴 생김새도 아시아계 일색이었다. 이름과 부모들의 생김새로 보아 인도 중국 한국계가 대부분이었다. 백인은 어쩌다 눈에 띌 정도였다. 강당 안의 풍경으로만 보면 미국이 아니라 아시아 어느 나라에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대회진행 요원에게 물었더니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니라서 으레 그러려니 생각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래서인지 간간이 백인 학생이 단체수상자로 호명돼 시상대에 나갈 때에는 훨씬 더 요란한 박수가 나왔다.

미국에서 2년 반 가까이 생활하면서 이곳 학생들의 학교생활 얘기를 많이 듣는다. 미국 학생들이 학교 빠지기를 밥 먹듯 한다는 것이 그 중 하나다. 조금이라도 아프면 학교 안 가는 것은 물론이고, 아프다고 거짓말하고 결석하기도 다반사다. 미국 부모들도 학교 빠지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학기 중간에 애들을 데리고 며칠씩 휴가 가는 것은 이상한 풍경이 아니다. 이런 게 부러웠던지 중학교에 다니는 아들이 언젠가 "한 달에 15번 빠지는 애도 있다"면서 자기도 그렇게 해봤으면 좋겠다고 한 적이 있다. 그러면서 한국이나 중국, 인도 애들이 제일 열심히 학교에 나온다고 했다.

작년 12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주요국의 학업성취도를 발표하자 미국 교육계가 한바탕 난리를 친 적이 있다. OECD 34개 회원국을 비롯한 65개 지역 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2009 학업성취도 국제비교연구(PISA)'에서 미국 학생들의 수학성적은 평균에도 못 미치는 점수로 31위에 그쳤다. 과학도 가까스로 평균 정도를 얻어 23위를 했다. 반면 도시 자격으로 출전한 중국 상하이는 읽기, 수학, 과학 3개 분야에서 모두 1위를 했다. 한국도 읽기는 2위, 수학과 과학은 각각 4위, 6위의 성적을 올렸다.

오바마의 한탄 이해할 만

오바마 대통령은 요즘 부쩍 학생들의 수월성, 특히 수학과 과학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달 국정연설에서는 '제2의 스푸트니크 순간'을 맞고 있다고 미국의 분발을 촉구하면서 한국 교사들을 극찬했다. 올 겨울 많은 눈으로 워싱턴 학교들의 휴교가 잦자 "이 정도로 어떻게 학교 문을 닫을 수 있느냐"며 한탄하기도 했다.

매스카운트 참가학생들이 미국 교육을 대변할 수 없고, 수학과 과학 성적만으로 학교를 평가할 수는 더더욱 없다. 하지만 아시아계가 미국 중학교 수학과 과학의 상위권을 독점하는 현실을 보면서 오바마 대통령이 위기의식을 가질 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황유석 워싱턴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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