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스민혁명(튀니지), 로제타혁명(이집트)으로 아랍과 중동의 두터웠던 독재정권들이 도미노처럼 무너지면서 다음 번 아랍권 시민혁명의 물줄기는 어디로 향할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튀니지, 이집트에 이어 반정부 요구가 가장 거센 예멘에서는 12일(현지시간) 무바라크의 퇴진소식에 고무된 시민 4,000여명이 수도 사나에 모여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대부분 학생들로 구성된 시위대는 시내를 행진하며 "무바라크 다음은 알리" "물러나라, 물러나라, 알리" 등 구호를 외쳤다. 이날 무장한 정부 보안 요원의 공격으로 2명이 다치고 17명이 체포됐다.
1978년 이후 장기집권 중인 살레 대통령은 최근 2013년 임기가 끝나면 권좌에서 물러나고 아들에게 권력 세습도 포기하겠다고 천명했다. 하지만 시위대는 살레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모카커피의 발상지이도 한 예멘의 시민혁명은 '커피 혁명'으로 불리고 있다.
알제리에서도 반정부시위가 잇따랐다. 12일 수도 알제 도심 곳곳에서 시위대 수천명이 압델아지즈 부테플리카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정부는 경찰을 동원, 도로 곳곳에 바리케이드를 치는 등 진압에 나섰다. 인권옹호 알제리 연맹의 알리 야히아 아브데누는 이날 400명 이상이 연행됐다고 주장한 반면 알제리 정부 측은 시위 참가자 250명 중 14명을 체포했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또 페이스북 시위에 대비, 이날 인터넷을 차단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했다. 부테플리카 대통령은 이미 19년 된 국가비상령 해제를 발표하는 등 당근책을 제시했지만, 시민의 분노는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요르단은 최근 반정부 시위에 굴복, 압둘라 2세 국왕이 1일 사미르 리파이 총리 내각을 전격 해산했다. 야권 인사를 포함한 새 내각이 9일 공식 출범한 이후 일단 고비를 넘긴 것으로 보고 있으나, 무슬림형제단이 마루프 알바키트 신임 총리에 대한 지지를 유보한 상태여서 정국 불안이 완전히 가시지 않았다. 단지 시위대의 퇴진 요구가 국왕까지 포함하지는 않아 국왕의 정치력에 따라 정국의 향방이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리비아에서도 시민혁명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리비아 페이스북에는 무라바크 전 이집트 대통령을 지지해 온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에 항의하기 위한 평화 시위가 14일로 예고돼 정부를 긴장시키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들 국가의 정치, 경제 개혁이 급속히 진행되지 않으면 시민혁명의 물결은 계속 번져나갈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아므르 무사 아랍연맹 사무총장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확실한 것은 변화의 바람이 중동지역에 불고 있다는 것"이라며 "이 바람이 앞으로 어떻게 어떤 방향으로 움직일 지는 모르지만,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고 말했다.
한창만기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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