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별세한 소설가이자 번역가 이윤기씨의 유고 산문집 <위대한 침묵> 과 유고 소설집 <유리그림자> (민음사 발행)가 동시에 나왔다. 유리그림자> 위대한>
이씨가 남긴 37편의 글과 딸의 추모글 '아버지의 이름'이 수록된 산문집 <위대한 침묵> 은 자신의 체험을 유쾌하고 아름다운 문장으로 풀어 내던 고인의 마지막 이야기 보따리다. 중학교를 졸업한 후부터는 거의 모든 것을 독학으로 배웠던 이씨는 '불편한 진실'이란 글에서 자신의 이력이 부풀려지는 과정을 유머러스하게 들려 준다. 신춘문예 '가작 입선'이 편집자들에 의해 슬며시 '당선'으로 바뀌고, '대학 중퇴'가 언젠가부터 '수료', 혹은 '졸업'으로 바뀌고 보수를 받지 않는'초빙연구원'이 어느덧 '연구원'으로 둔갑하고 '객원교수'호칭 때문에 '교수님'으로 불렸던 사연. 그런 불편했던 경험들을 얘기하는 이씨는 "입선, 중퇴, 초빙, 객원, 명예…. 보라, 한번도 '꽃'으로 피어 보지 못한 채 나는 '잎'으로만 살았다"며 "그러니 젊은이들이여, 힘들 내시라. 이렇게 살아온 사람도 있으니"라며 젊은이들을 다독인다. 책은 또 양평의 황무지 땅에 천 그루가 넘는 나무를 심고 농사를 지으며 살았던 고인의 자연에 대한 애정과 성찰, 일상과 가족의 추억, 신화와 고전 이야기, 우리 사회에 대한 통찰까지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다. 위대한>
소설집 <유리그림자> 는 <노래의 날개> 이후 7년여 만에 나온 소설집으로, 네 편의 짧은 소설과 함께 작가론과 작품 해설 및 연보를 실었다. 책에서 이씨는 일상의 경험 속에서 얻은 인생의 깨달음을 싱싱하고 담백한 언어와 번쩍이는 아포리즘으로 그려 냈다. 표제작에서 화자는 유리창에 그림자를 만드는 송홧가루가 새들의 죽음을 막아 준다는 사실을 보면서 사물은 그림자가 있어야 비로소 온전해진다는 삶의 이치를 배운다. 딸 이다희씨는 아버지에 대해 "'장미'의 향기는 꽃이 지면 사라지고 남는 것은 이름뿐이지만 다행히 아버지는 이름만 남긴 것이 아니다"며 "10년 후에도 서점의 진열대에서 아버지의 책을 볼 수 있다면 그 또한 근사한 일일 것이다"라고 썼다. 노래의> 유리그림자>
송용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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