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톨레랑스(관용)정신은 사라지는가. 이민, 난민 유입, 이질적 문화에 열린 태도를 보여온 유럽 국가들이 잇따라 "다문화주의 실패"를 선언하며 이민정책의 방향을 틀고 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5일(이하 현지시간) 독일 뮌헨 국제안보회의 연설에서 "실패한 정책(다문화주의)을 접을 시간이 됐다"며 이슬람 단체에 대한 지원 삭감을 밝힌 데 이어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10일 밤 TF1 TV로 생중계된 '국민과의 대화'에서 "공동체들이 공존하는 사회를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도 지난해 10월 "다문화 사회로 공존하자는 접근은 완전 실패했다"며 "독일어를 못하는 사람은 환영받지 못할 것이며 독일 문화에 뿌리 깊이 박혀 있는 기독교적 가치도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실 이 나라들에서 이민자들이 실업, 주택난, 복지예산 부담을 야기하고 사회 갈등을 촉발시키는 등 골칫거리로 떠오른 지는 오래다. 영국에서는 2005년 런던 도심에서 52명의 목숨을 앗아간 7·7테러사건에 파키스탄계 2세가 가담한 이후 이민 2,3세가 사회 갈등의 핵으로 부각됐다.
프랑스 역시 2005년 파리교외 폭동 등 소요사태로 이민자정책의 전환점을 맞았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지난해부터 루마니아 집시 등 불법 체류자 수백 명을 강제 출국시키고 여성들의 부르카 금지법안를 통과시키는 등 더욱 강한 반이민 정책을 실행에 옮겼다.
특히 사르코지 대통령은 10일 국민과의 대화에서 "프랑스에 있다면 (프랑스라는) 단일 국가 공동체에 동화돼야 한다"며 500만~600만명의 무슬림을 겨냥해 '프랑스식 이슬람'이 아닌 '프랑스 안에서의 이슬람'은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발언들은 보수화 경향을 보이는 유권자층의 정서를 반영하고 있다. 영국 보수당 정부는 지난해 5월 총선에서 이민정책을 엄격하게 바꾸겠다고 공약했는데, 캐머런 총리의 최근 발언은 보수당 내 우파를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내년 5월 대선을 앞두고 역대 최저인 30% 안팎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사르코지 대통령은 지지층인 우파를 끌어안기 위해 이민자, 극단주의 이슬람에 거리를 두려는 것으로 보인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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