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 맞은편 서울스퀘어(옛 대우빌딩)에서 ‘한일신시대: 함께 만들어 가는 미래’전이 열린다. 일본 미디어아트 작가 마사유키 아카마츠(50)와 다이토 마나베(36), 한국 미디어아트 작가 양민화 최문선 김민선(뮌)등 5명이 두 팀으로 나눠져 총 4개의 작품을 10분 가량 상영한다. 서울역 일일 평균 유동인구가 약 20만명인 것을 감안하면 이 전시를 지켜볼 관람객은 국내 최대 규모다. 이번 전시는 서울스퀘어가 2009년 리모델링을 끝내고 선보인 열 번째 작품이다.
맨 먼저 등장하는 아카마츠씨의 작품‘아톰X갤럭시X서울스퀘어’에서는 작은 디지털 구체로 이뤄진 박지성이 날쌔게 공을 낚아채는 모습이 언뜻 보이는가 하면 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는 그 누군가의 모습도 스쳐 지나간다. 이윽고 태극기와 일장기가 물결처럼 흘러가기도 한다. 수만 개의 구로 이뤄진 영상이 빠르게 지나가기 때문에 형태를 구분하기는 어렵지만 연속해서 보면 어렴풋한 잔상이 남는다. 작가는 “‘일본 속의 한국’을 주제로 일본 오사카에 위치한 한인타운의 풍경을 그리고자 했다”며 “3차원의 공간을 연출하고, 그 속에서 작은 구체를 이용해 빌딩 속에서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느낌을 냈다”고 설명했다.
이어 양민하씨의 ‘한국 속의 일본’을 주제로 한 ‘37도33분, 126도59분’(서울의 경도와 위도) 작품이 등장한다. 형태를 알 수 없는 단어들이 떠다니다 곧 바뀌어 입술 모양이 나타내고, 이어 입술은 점점 옅어지며 사라지게 된다. 양씨는 “한국 속의 일본을 표현하기 위해 인터넷 매체에서 일본어를 담고 있는 사진과 장소를 검색해 임의로 단어들을 골라내는 작업을 해 봤다”고 말했다. 그는 “이 작업을 통해 하나의 모습이 아닌 단편적이고 파편화한 일본의 모습을 찾았고, 이를 단어와 입으로 표현했다”고 덧붙였다.
세 번째, 네 번째 작품은 대중들이 좀 더 형태를 알아보기 쉽다. 얼굴이나 신체가 선명히 나타나기 때문이다. 나머지 세 작가가 ‘페르소나_얼굴+몸’이라는 제목으로 한국과 일본인의 사회적 몸짓 혹은 신체의 일부를 표현한 것이다. 먼저 마나베의 작품 ‘메이크업’은 일본인의 표정에 한국의 전통예술에서 사용되는 화장을 덧입힌 것이다. 그는 “양국 사람들의 표정은 비슷하지만 전통예술에 녹아 있는 양국의 사람들의 표정은 조금 달랐다”며 “이번 작품을 위해 탈을 연구했는데 일본의 가부키에 비해 훨씬 표정이 다양했고, 감정도 풍부히 녹아 있었다”고 말했다. 영상에 떠오르는 얼굴은 국적구분 없이 묘한 느낌이 든다.
마지막은 최문선(39) 김민선(39)씨의 ‘함께 혹은 없이’라는 제목으로 일본과 한국의 단체사진 이미지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만든 미디어아트 작품이다. 최씨는 “다른 문화권과 달리 한일 양국의 사람들이 단체사진을 찍을 때 경직하는 모습, 사진 찍을 때 서 있는 형태마저 닮았다”며 “이는 개인이 사회 속에서 살아간다는 의미가 다양한 집단을 지속적으로 찾아 다닌다는 넓은 의미로까지 확장된다”고 했다. 그의 작품에서는 단체사진에서 오려진 듯한 개인의 이미지가 한없이 떠돈다.
작가들은 공동작업과 양국의 문화교류에 이번 전시의 의미를 뒀다. 마나베씨는 “양국이 정치, 사회, 기술 등 다방면에서 교류가 이뤄지고 있지만, 예술부분이야말로 가장 동등한 교류가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작품을 보고 한국인들과 일본인이 서로 닮아 있다는 느낌을 서로 받으며 친숙해지길 바란다”고 했다. 김민선씨도 “현대사회에서 한일 대중의 모습을 담은 의미 있는 작업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 전시는 서울스퀘어 지상 4층부터 23층까지 외벽 전면(가로 99mㆍ세로 78m)에 설치된 초대형 LED패널에서 선보이며 2㎝이내의 LED 4만2,000개가 사용됐다. 내달 31일까지 화, 목, 토, 일요일 오후 7~10시, 매시 정시부터 시작된다. 서울역 옥상 주차장에서 서울스퀘어를 바라보면 작품이 가장 잘 보인다. (02)6456_0188
강지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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