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모델이 아닌 일반인의 벗은 몸을 그린 작품들이 전시된다. ‘영원한 마이너리티 작가’라 불리는 안창홍(48)씨의 ‘불편한 진실’전이다. 내달 6일까지 서울 종로구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린다. 과거 인물의 개별적 특성을 지우고 익명성을 부각했던 ‘49인의 명상’ ‘봄날은 간다’시리즈와 같은 작업들과 달리 이번 전시에는 농부, 문신전문가, 백화점 직원 등 일반인을 모델로 삼은 사실적이고 노골적인 누드 작품 40여점을 전시한다.
높이가 3~4m에 달하는 대형작품 ‘베드 카우치’ 시리즈 6점(2008)도 함께 소개된다. 작품들은 실로 불편하고 당혹스럽다. 아름다운 몸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몸이기 때문이다. 그의 작품 ‘베드 카우치 5’는 작가의 집 근처에 사는 20년지기 농부를 그린 것이다. 농사일로 다져진 주름과 근육은 누드의 선정성보다는 삶의 숭고함이 드러난다. 작가는 “칠순 농부의 육체는 가혹하고 변덕이 심한 대지의 담금질에 온 생애를 바쳐 맞선 전사로서 숭고함과 연륜의 권위가 어우러져 아름다웠다”고 밝혔다.
작가의 ‘베드 카우치’ 작품 중에는 드러누운 채 정면을 쏘아보는 알몸의 여성을 그린 것이 유독 많다. 몸에 파리가 기어 다니기도 하고, 문신을 한 모습도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작가는 “아름답게 보이기 위해 미화한 누드 작품이 아닌 일반인의 진솔한 삶의 흔적을 담고 싶었다”고 했다.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보기 어색한 ‘베드 카우치’는 작가가 만든 정치적 장치다. 작가는 우리의 삶을 옥죄는 권력 제도 관습 등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사회적인 권력에 맞서 당당하게 정면을 주시하는 모델들의 모습에서 진정한 자유의 의미와 가치를 찾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02)3217_1093
강지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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