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맞붙어 어느 한 곳은 이기는 게 선거인데 4∙27 재보선을 앞둔 여야의 표정은 둘 다 울상이다. 엄살 작전의 측면도 있지만 민심이 실제로 어느 일방의 손을 들어주지 않은 채 지극히 유동적이라는 게 큰 이유다.
한나라당엔 최근 위기감이 엄습했다. 여의도연구소가 실시한 자체 여론조사 결과에서 여당에 우호적이지 않은 민심이 고스란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15일 여당 관계자에 따르면 경남 김해을 보궐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로 유력한 김태호 전 지사와 민주당 후보로 거론되는 김경수 봉하재단 사무국장 간의 가상대결에서 4%포인트 차이로 뒤지는 결과가 나왔다.
강원지사의 경우는 이겼지만 차이가 크지 않았다고 한다. 한나라당 후보가 유력한 엄기영 전 MBC 사장과 민주당 후보로 거론되는 권오규 전 부총리를 맞붙인 결과 10%포인트 차이로 앞섰다고 한다. 당 관계자는 "시간이 흐를수록 여당에 불리해질 게 뻔한데 간격이 너무 좁다"고 걱정했다. 외부기관이 벌인 여론조사에서는 아예 지는 결과도 나왔다고 한다.
결국 믿을 수 있는 곳은 텃밭 경기 분당을 보궐선거밖에 없다는 얘기다. 물론 이곳도 공천에서 난산이 예상된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강원지사와 김해을은 원래 야당 것"이라며 애써 자위하는 기류도 당내에 있다. 하지만 실제로 선거 결과가 '1곳 승리'로 나온다면 여당에는 만만찮은 후폭풍이 불어닥칠 것이다.
그런데 재보선 전선에 빨간 불이 켜지긴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야권연대 성사를 위해 텃밭은 진보정당에 양보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고, 격전지에선 여권 후보를 이길 확실한 카드를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내엔 "이러다 민주당이 한 곳도 못 챙기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
전남 순천 국회의원 보궐선거는 야권연대라는 난제에 직면해 있다. 민주당 최고위원회는 최근'순천 무(無)공천론'을 공식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경남 김해을의 경우 국민참여당으로부터 양보하라는 요구를 받고 있다. 그래서 민주당 후보로 유력한 김경수 사무국장을 무소속으로 내세우는 절충안도 거론되고 있다.
경기 분당을과 강원지사는 인물난이다. 분당을에선 여권의 거물급 인사에 맞서기 위해 민주당도 이에 걸맞은 중량급 후보를 내세워야 하는데 마땅한 인사가 없다. 그래서 손학규 대표 차출론도 나온다. 강원지사의 경우 손 대표와 이광재 전 지사가 권오규 전 부총리의 출마를 권유하고 있지만 본인이 여전히 고사하고 있다.
한편 한나라당의 강원지사 후보로 거론돼온 이계진 전 의원은 15일 자신의 블로그에 글을 올리고 "지난 선거의 패장으로서 모든 책임을 지고 이번 선거에 출마하지 않기로 결심했다"며 재보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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