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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난 시민들 대통령궁 앞으로… "독재자는 지금 물러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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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난 시민들 대통령궁 앞으로… "독재자는 지금 물러나라"

입력
2011.02.11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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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무바라크 즉각 퇴진 거부]"퇴진 임박" 보도에 기뻐하다 무바라크 담화에 분노 폭발軍장교 수십명도 시위 가담… 농민 참여 주말이 고비

“국민이 독재자 무바라크를 물러나게 했다.”

‘민주화의 성지’ 이집트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은 11일 승리감과 열망으로 부풀었다. 30년 철권통치를 국민의 힘으로 막을 내리게 했다는 기쁨으로 가득했다. 거리 곳곳에서 쏟아져 나온 시위대는 “국민이 정권을 바꿨다”, “무바라크 퇴진을 환영한다” 등의 기쁨을 쏟아냈다. 성난 시위대의 분노로 들끓었던 이집트 전역은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의 퇴진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면서 기쁨의 함성과 국기가 나부끼며 축제의 장을 방불케 했다. 전날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이 퇴임 거부의사를 밝힌 것이 도화선이 돼 이날 광장에는 이미 수십만명의 시민들로 가득한 상태였다.

일부 시민들은 “문민통치”를 외치며 군부 집권을 반대하기도 했다. “이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다”는 시민들이 인근 대로에까지 몰려들었다.

이날은 이슬람권의 휴일이었으나 시위대는 금요 기도회를 마치고 약속이라도 한 듯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일부 시민들은 자신들의 요구가 절실함을 드러내고자 탱크와 장갑차, 승용차 등으로 가로막힌 바리케이드를 뚫고 대통령궁으로 향했고 의회와 국영 방송국으로 몰려들기도 했다. 특히 무바라크 대통령이 대통령궁을 떠난 사실이 알려지면서 군부로 권력이 이양된 것 아니냐는 시각이 팽배했으나 성난 민심을 가라 앉히기에는 역부족이었다. X자 표시가 된 무바라크 대통령 얼굴 사진을 든 한 시민은 “무바라크에 이어 신뢰했던 군까지 우리를 기만했다. 독재자가 퇴진할 때까지 시위는 계속된다”고 외쳤다. 시위 현장에 투입된 군 장교 수십명도 반정부 행렬에 동참하면서 무바라크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했다.

전날 무바라크 대통령의 퇴진이 임박했다는 외신보도가 잇따르자 타흐리르 광장은 기대감으로 가득했으나 무바라크 대통령이 TV로 생중계된 대국민 연설에서 대통령직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자 광장은 금세 싸늘한 분위기로 바뀌었다. 터져 나오는 화를 참지 못해 무바라크 대통령의 연설이 비치는 대형 스크린을 향해 신발을 집어 던지는 등 분노를 표출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성난 시위대는 “무바라크, 물러나라”, “무바라크, 술레이만 모두 반대”를 외쳤고, 분이 안 풀린 수 천명은 광장 근처의 국영TV 및 라디오 방송국 건물로 향하기도 했다.

11일 동이 틀 때까지 시위대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았다. 밤 새 집권당 당사와 정부청사, 의회, 박물관 등이 밀집한 카이로 시내 곳곳을 활보하며 “무바라크 퇴진”을 외쳤다. 군부는 대통령궁 밖에 철조망을 설치하고 군용차량을 배치하는 등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다. 100만인 항의 시위가 시작되자 군부가 무바라크 대통령의 퇴진을 거부한다고 밝히긴 했으나 무바라크 대통령이 마침내 대통령궁을 떠난데 이어, 오마르 술레이만 부통령이 “무바라크 대통령이 물러났다”고 밝히자 카이로뿐 아니라 알렉산드리아, 수에즈 등 이집트 전역을 감격의 물결로 뒤덮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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