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주가 2,000선이 무너졌다. 작년 말 코스피 2,000시대의 재개막과 사상 최고치 기록경신행진, 그리고 새해 들어 '연초효과'까지 누리며 거칠 것 없는 상승세를 이어갔던 주가가 힘없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이유는 외국인들의 매도공세 때문인데, 시장에선 단순한 '변덕'이 아니라 아예 맘먹은 '변심'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사들일 때 보다 훨씬 더 거침없이 팔아 치우고 있어, 주가는 더 내려갈 수도 있다는 것이 시장 분석이다.
매도 폭탄
코스피 2,000시대의 상승주역이었던 외국인이 불과 한 달여 만에 이제 하락주도 세력으로 변했다.
올 들어 지난달 27일까지만 해도 외국인들이 판 주식보다 사들인 주식이 1조2,000억원(순매수)이나 더 많았다. 하지만 이 때부터 '팔자'로 돌아서더니, 거침없는 매물폭탄을 내놓고 있다. 10일 1조1,000억원대의 어마어마한 대량 매물을 시장에 내놓았던 외국인은 11일에도 6,173억원을 순매도했다. 지난 나흘간 순매도액은 2조3,000억원에 이른다.
자문형랩을 중심으로 개인들이 외국인 매물을 계속 받아내고는 있지만 역부족이다. 주가가 힘없이 무너지는 것 역시 전적으로 외국인 탓으로 해석된다. 특히 11일엔 금융통화위원회의 금리동결 호재가 있었음에도 불구, 2,000선은 물론 1,980선까지 내주고 말았다.
왜 떠나나?
외국인의 이탈은 복합적이다. 첫째는 차익실현. 그 동안 돈을 많이 번 만큼 이익실현차원에서 주식을 파는 외국인들도 있을 것이다. 둘째는 실적부진. 작년 4분기 국내기업 실적이 예상보다 저조했던 점, 더구나 앞으로 원화강세로 수출기업 수익이 더 나빠질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셋째는 글로벌자금의 이동. 금융위기 이후 신흥시장으로 몰렸던 투자자금들이 최근 들어 선진국 쪽으로 몰리는 징후가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는데, 우리나라 증시에서 외국인들이 떠나는 것도 이런 맥락이란 지적이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신흥국들은 '인플레와의 전쟁'국면에 진입한 만큼 긴축모드(금리인상)로 돌아설 수 밖에 없어, 외국인들로선 빠져나갈 이유가 충분하다는 평가다.
일시적? 항구적?
이유가 복합적인 만큼, 이번 외국인들의 이탈이 일시적으로 끝날지, 아니면 엑소더스의 서막으로 봐야할 지 평가가 엇갈린다. '글로벌자금의 대이동'이란 큰 흐름이 깔려 있는 만큼 하루 이틀 사이 다시 순매수로 돌아설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그렇다 해도 경제적 펀더멘털이 좋은 한국시장은 여전히 외국인들에겐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시장에선 대략 ▦외국인 매도가 대략 1~2개월 정도 더 지속될 것이며 ▦주가는 1,800선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현대증권 류용석 연구원은 "외국인 이탈은 국내 물가상승 압력이 가장 클 것으로 보이는 3월이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국내 시장의 안정성이 확인되면 4월께 자금 유입이 재개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HMC투자증권 김중원 연구원은 "외국인은 최소 석 달간은 국내에 등을 돌릴 것으로 예상되고 코스피지수도 1,800까지 떨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물론 이 보다 훨씬 낙관적 견해도 있다. 삼성증권 곽중보 연구원은 "어차피 시장의 불확실성 요소를 해소하고 가야 할 시점이었을 뿐"이라며 "국내 경기가 좋고 개인과 기관의 수급여건도 좋기 때문에 다음주부터 증시가 안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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