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석래(76ㆍ사진) 전국경제인연합회장이 활동을 재개했다. 지난해 7월 건강상 이유로 전경련 회장직을 사임한 뒤 보기 힘들었던 그가 다시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
14일 재계에 따르면 조 회장은 15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릴 경제 5단체장 만찬에 참석한다. 이날 모임에는 조 회장을 비롯,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사공일 한국무역협회장, 이희범 한국경영자총협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등이 참석할 것으로 전해졌다. 상의 관계자는"조 회장이 참석하겠다는 의사를 알려왔다"고 밝혔고, 효성 관계자도"상의측 초청을 받아들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조 회장은 지난달 15일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일본 외무상이 방한했을 때도 모습을 드러낸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한일경제협회 주관으로 열린 조찬에 그는 6개월여만에 처음 외부 모임에 나왔다. 조 회장은 2005년부터 한일경제협회장을 맡고 있다.
최근에는 종종 회사로도 출근하고 있다. 그는 그 동안 집안에서 보고를 받으며 결재를 해 왔다. 효성 관계자는 이에 대해"조 회장이 수술 후 건강을 많이 회복했다"며"간단한 업무는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재계 일각에서는 총수들이 모두 고사해 주인을 못 찾고 있는 차기 전경련 회장직을 조 회장이 다시 맡아 3연임을 할지 여부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앞서 조 회장은 지난달 7월"건강 검진에서 담낭에 종양이 발견돼 수술을 했으며, 회장직을 수행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전경련 회장에서 물러났다. 고령에도 잦은 해외 출장 등을 모두 소화하던 그는 당시 회원사들에게 보낸 서신에서 "그 동안 재계를 대표하는 중책을 맡아 최선을 다하고자 했으나, 건강상 이유로 주어진 임기를 다 마치지 못하게 돼 송구스럽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2007년 3월 제31대 전경련 회장에 취임한 조 회장은 2년 임기를 마치고 2009년 연임돼 2011년 2월까지 임기가 보장돼 있었다.
이후 전경련과 재계에선 이건희 삼성 회장을 전경련 회장으로 추대하려 했으나 이 회장이 고사, 회장직은 공석으로 남아 있는 상태이다. 전경련은 24일 회장단 회의와 총회에서 새로운 회장을 추대하겠다는 입장이나 거명되는 인사마다 회장직을 사양하고 있어 곤혹스런 처지다. 이에 따라 건강을 회복한 조 회장이 다시 전경련 회장을 맡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재계 분석이다. 더구나 최근 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해 대기업에 대한 전방위 압박에 나서자 전경련 회장이 직접 나서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효성 관계자는"전경련 회장에선 이미 사임하지 않았느냐"며 "건강을 다소 회복했다 해도 전경련 회장직을 수행하긴 힘든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이번 만찬은 평소 격의 없이 지낸 경제5단체장이 새로운 전경련 회장이 뽑히기 전에 한 번 보자는 뜻에서 마련된 자리일 뿐"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박일근 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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