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백화점의 물품보관업체에 현금 10억원이 든 상자 2개를 맡긴 의뢰인은 불법 온라인 도박사이트 운영업자로 밝혀졌다. 이 업자는 최근 인도네시아로 출국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영등포경찰서는 11일 물품보관업체 S사 출입구에 설치된 지문인식장치인 디지털도어록에서 추출한 지문을 경찰청 데이터베이스와 대조한 결과, 지문의 주인은 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 위반 등으로 처벌받은 전과가 있는 불법 인터넷복권 발행업자 김모(31)씨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S사 주변의 폐쇄회로 TV에 잡힌 키 174cm 정도에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현금상자 의뢰인의 얼굴과 경찰청 데이터베이스에 있는 김씨의 사진을 대조한 결과 동일인임을 확인했다.
김씨는 S사가 현금상자를 폭발물로 오인해 경찰에 신고하기 이틀 전인 지난 7일 인도네시아로 출국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현금 10억원의 성격을 밝히기 위해 김씨 주변 인물을 통해 김씨의 귀국을 종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또 S사에 대한 조사를 통해 김씨가 맡긴 상자가 당초 3개였던 사실을 밝혀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해 8월 25일 S사에 2개의 상자를 맡겼고, 한 달 후 1개의 상자를 추가로 보관 의뢰했다. 김씨는 이후 지난해 12월에 3개의 상자 중 상자 1개를 찾아갔다. 김씨가 찾아간 1개의 상자에도 현금이 들어 있었는지는 미지수다.
김씨는 최근 인터넷 도박사이트들이 경찰에 적발됨에 따라 단속을 피하기 위해 해외로 도피성 출국을 했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21일 경찰에 구속된 조모(29)씨 등 업자들이 운영한 인터넷 도박사이트는 김씨가 인터넷 사이트에서 운영한 도박 게임 방식과 똑같다. 조씨 등은 2009년 10월 사이트를 개설해 운영하면서 무려 212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29억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2009년 대거 적발됐던 스포츠토토식 도박사이트들도 대부분 판돈이 수백억원대에 달했다.
경찰 관계자는 "조씨 등이 운영한 도박사이트에 김씨가 연루된 것은 아니다"라며 "하지만 김씨가 스포츠토토식 사설복권을 발행해 벌어들인 돈은 물품보관업체에 맡긴 10억원보다 훨씬 많고, 범죄 수익금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뢰인의 정체는 밝혀졌지만 10억원이나 되는 돈을 1만원ㆍ5만원권의 현금으로 허술한 택배용 종이 상자에 넣어 물품보관업체에 맡긴 이유, 6개월 동안이나 찾아가지 않은 이유, 돈의 구체적 조성 경위와 용처 등은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 있는 셈이다.
강윤주 기자 k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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