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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복지의 길을 묻다] <1부·끝> 6. 우리가 가야 할 복지국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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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복지의 길을 묻다] <1부·끝> 6. 우리가 가야 할 복지국가는

입력
2011.02.11 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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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출산 등 극복위해 보육·교육은 보편적 접근 필요" 공감대

지향하는 목표는 같았다. 복지국가 건설이다. 하지만 상황인식과 방법은 달랐다. 한나라당이 성장을 통해 복지(분배)를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라면, 민주당은 복지를 통해 성장을 유도하는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무상급식, 복지지출 규모, 조세부담률 수준 등 대부분의 부문에서 시각차는 뚜렷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출산고령화를 극복하기 위해 보육과 교육을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데는 입장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국일보가 한국보건사회연구원과 공동 기획한 '대한민국, 복지의 길을 묻다' 릴레이 토론회에서 한나라당 나성린 의원(비전위원회 위원장), 민주당 이용섭 의원(보편적복지 재정조달방안 기획단장)은 복지정책 이슈에 대해 여야의 대표 브레인답게 정연한 논리로 현실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지향해야 할 복지국가의 비전을 제시했다.

지향점 같지만 서비스 범위 이견

사회(김용하 보건사회연구원장)= 보편적ㆍ선별적 복지 논쟁이 뜨겁다. 대한민국의 복지 모델은 무엇인가.

나성린 의원= 복지국가로 가자는 데는 여야 모두 동의한다고 본다. 다만 북유럽국가보다 소득수준이 낮고 재정능력이 열악한 상황에서 민주당이 말하는 보편적 복지로 가긴 어렵다. 당연히 우리 몸에 맞는 복지 모델이 필요하다. 문제는 어느 정도까지 복지를 강화하느냐인데, 전제조건은 재정건전성을 해치지 않고 국가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민주당의 '3+1'(무상급식ㆍ보육ㆍ의료+반값대학등록금) 정책처럼 대부분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방식은 비현실적이다. 자녀수당처럼 특정 분야에 대한 급여를 보편적으로 제공하는 선진국가가 있지만, 실제로 의료ㆍ보육ㆍ교육 모두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선진국가는 없다. 한나라당의 안심형 복지는 그런 현실적 고민에서 출발한다. 서민빈곤층에게는 100% 걱정을 덜어주되, 여력에 따라 중산층까지 복지를 확대하는 방식이 낫다.

이용섭 의원= 복지가 약자 보호와 소득 재분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점에서 선별에서 출발해 보편으로 확대돼야 한다. 무상교육이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 확대됐고, 고용보험 대상이 5인 이상 사업장에서 5인 미만으로 늘어난다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보편의 의미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저소득층뿐만 아니라 국민 모두에게 필요한 맞춤형 복지를 제공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소득보장을 넘어 보육 교육 의료 주거 등 인간다운 삶을 위한 복지 서비스를 확충하는 것이다. 이를 창조형 복지국가라고 할 수 있는데, 당장 모든 것을 이렇게 확대할 수 없지만, 정책의지를 갖고 추진하자는 데 그 의미가 있다. 특히, 보편적 복지는 국민에게 제공하는 서비스 차원을 넘어 저출산고령화, 양극화, 고용없는 성장을 해결하기 위한 국가 성장 패러다임의 변화라는 점에서 민주당의 국정운영철학이기도 하다.

사회= 보편적ㆍ선별적 복지가 충돌의 개념인가.

이= 보편과 선별의 핵심 논쟁은 그 수혜 대상의 범위를 어디까지 하느냐는 것인데, 한나라당과 민주당 내에서 이미 합리적 논쟁이 일고 있다. 이분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적절치 않다. 보편적 복지를 지향하더라도 그간 북유럽 국가에서 발견된 과다한 복지지출 등의 문제를 고려해 선별적으로 가야 하는 부분이 있다. 후발주자의 장점을 고려해 한국형 모델을 만들어 가겠다.

나= 보편과 선별이 이분법적 개념이 아니다. 다만 보편적 복지를 지향하는 북유럽형과 사회보험에 주로 의지하되, 국민의 책임을 강조하는 미국ㆍ일본형 모델 중에서는 후자가 낫다는 게 한나라당의 입장이다. 북유럽은 이미 복지병을 경험했다. 복지는 한 번 확대되면 다시 줄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자칫하면 국가경제를 심각한 충격에 빠뜨릴 수 있기 때문에 복지 확대는 매우 신중해야 한다.

무상급식 엇갈린 시각

사회= 무상 논란 중에서도 급식 문제에 대해 여전히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데.

이= 무상 급식을 단순히 부자 자녀에게 제공하는 복지 서비스로 봐선 안 된다. 과거와 달리 학교에서 이뤄지는 모든 것이 교육이고, 현재 의무교육이 중학교까지 이뤄지는 상태에서 급식 또한 교육의 연장선으로 봐야 한다. 교육은 국민의 권리이자 국가의 의무이다. 특히, 인적 투자의 차원에서 보면 더욱 그렇다. 과거에는 국가가 성장을 위해 도로 등 공공재에 투자했지만, 이제는 급식과 보육 등 인적자원 투자를 공공재로 보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우리 사회의 가장 큰 위험인 저출산양극화를 극복하기 위해서도 급식과 보육에 대해서 보편적 복지가 필수적이다.

나= 90년대 이후 복지 지출이 많았던 북유럽국가들이 과도한 국가부채 때문에 보편적 서비스를 줄여가고 있다. 앞으로 복지지출이 크게 늘 수밖에 없는 우리나라의 경우 부자에게까지 무상 복지를 제공하는 건 맞지 않다. 이른바 이건희 회장 손자에게 무상으로 급식과 보육 서비스를 주거나 정몽구 회장에게 무상 의료나 기초노령연금을 제공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무상급식을 하는 나라는 스웨덴과 핀란드뿐이며 대부분의 나라가 소득수준에 따라 비용부담을 원칙으로 한다. 다만, 저출산고령화가 심각하다는 점에서 보육과 교육은 상당 수준에서 보편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한다. 성장잠재력을 약화시키고 경제성장률을 떨어뜨리는 심각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성장의 지향점은 복지

사회= 결국 보편ㆍ선별 논란은 투자 우선 순위 측면에서 성장ㆍ분배 논쟁과 궤를 같이 할 수도 있는데.

이= 성장과 분배는 수레의 두 바퀴와 같다. 하지만 최근처럼 성장의 분배 효과가 크게 퇴색한 상황에서 성장 중심의 전략으로는 분배를 챙기기 어렵다. 보편적 복지는 중산층 가계의 실질 소득 증가→서민ㆍ중소기업 중심 내수 활성화→성장 증가→재정 안정 등의 선순환 구조로 연결된다. 보편적 복지가 지속가능 성장의 발판이 되는 셈이다. 설령 예산이 부족하더라도 복지확대를 의지를 갖고 해야 한다. 날로 심화하고 있는 저출산고령화, 양극화, 고용없는 성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보편적 복지가 필요하다.

나= 성장과 분배는 조화롭게 같이 가야 한다. 성장의 목적은 복지이고 분배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성장을 위해 국가와 기업 경쟁력을 높여야 하고, 이게 복지재원 확충으로 연결돼 분배가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현 정부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육성하기 위해 법인세 인하 등을 한 것도 이런 까닭이다. 대기업과 수출 중심의 성장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얘기가 있지만, 경제 성장과 분배 효과 면에서 여전히 성장 중심의 전략이 유효하다.

선진국과 단순비교는 무리

사회= 중요한 것은 복지 지출의 적정 규모인데 국내 여건을 감안해 어느 수준이 적당한가.

이= 우리나라의 복지지출은 주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 2만달러 도달 시점에서의 각국 예산 대비 복지지출을 비교할 때 매우 낮다. 우리나라의 지출비중(26.3%ㆍ2007년 기준)은 일본(35.7%ㆍ1987년), 핀란드(50.4%ㆍ1988년), 미국(36.4%ㆍ1988년) 등 22개국 평균(43.6%)보다 낮고, 최저국인 이스라엘(34.7%ㆍ2006년)에 비해서도 현저히 낮다. 앞으로 복지지출이 자연적으로 증가한다지만 절대치가 낮은 상황에서 지금 복지지출은 늘려야 한다. 장기적으로 OECD 평균까지는 가야 한다.

나= 복지지출은 고령화에 따른 국민연금과 의료비 등 사회보험의 지출증가가 꾸준히 늘어날 수밖에 없다. 조세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9.8%인 GDP 대비 사회복지지출 비율은 현 추세를 유지하더라도 2030년 15.2%, 2040년 18.4%까지 늘어난다. 추가 지출은 국가 재정능력 수준을 감안해 신중해야 한다. 때문에 특정 목표를 정하기보다는 재정에 부담을 주지 않은 선에서 국민소득 증가를 고려해 지출규모를 결정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미국과 일본 수준(18%)이 적정하다고 본다. 아울러 2만달러 도달 시점에서의 복지지출 단순 비교는 적절치 않다. GDP는 인플레이션을 감안하지 않은 명목소득이라 현재 중진국인 우리나라와 20여년 전 선진국의 명목소득을 비교하는 것은 맞지 않다.

무상의료 잘못하면 비용 눈덩이

사회= 복지 지출 비용 계상의 적절성에 대해 논란이 많은데.

이= 민주당 복지정책은 집권 후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간 연차적으로 추진돼 5년차에 연간 16조4,000억원이 들어간다. 급식과 보육에 들어가는 비용은 단순계산 방식에 의한 것이라 한나라당도 대체로 수긍하고 있으며, 반값등록금도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공약이라는 점에서 큰 차이가 없다. 문제는 무상의료인데, 여당 등 일각에서는 건강보험 보장이 확대되면 환자가 크게 늘면서 의료비가 급증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미 연구결과에 따르면 환자의 의료이용에 대한 가격탄력도는 0.2로 여당이 제시하는 수치(1.5)의 7분의 1에도 못 미친다. 아울러 우리나라는 이미 행위별 수가제로 국민의료 이용량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 추가로 의료비가 크게 늘지 않을 것이다. 이미 무상의료를 실시하고 있는 유럽 국가들의 입원 진료량도 우리나라의 절반 수준이다.

나= 민주당에서 무상 의료비로 연간 8조1,000억원을 추정했는데, 분명히 잘못됐다. 이것은 영국에서 사회복지 분야를 공부하면서 느낀 생생한 체험에서 얻는 결과다. 영국이 복지병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던 시절, 보수당의 마가렛 대처 수상이 들어와 의료개혁을 위해 의사와 간호사 숫자를 줄였는데도 의료비는 지속적으로 늘었다. 신약과 새로운 기자재 등장으로 환자가 줄지 않고 비용은 늘었다. 의료 포퓰리즘의 전형으로 흐를 수 있다.

조세부담률 인상이냐 유지냐

사회= 적정한 조세부담률(소득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어느 수준인가.

이= 현 정부 들어 부자감세 등으로 참여정부 마지막 해인 2007년 21%였던 조세부담률이 작년 19.3%로 떨어졌다. 현 정부가 조세체계를 왜곡시킴으로써 4년간 국가채무가 137조원 늘었다. GDP 대비 재정적자 규모도 연평균 2.6%로 참여정부 평균(0.4%)보다 크게 높아졌다. 결국 복지 지출에 쓸 만한 재원이 줄어든 셈이다. 민주당이 집권하면 이를 바로잡겠다는 것이다.

나= 조세부담률을 낮춘 건 참여정부가 왜곡한 조세체계를 정상화한 것이다. 복지를 위해 성장이 필요하고, 국가경쟁력 제고와 성장잠재력 확충도 필수적이다. 법인세와 소득세를 낮춘 것도 이 때문이다. 세금 인하로 투자심리가 개선되면 장기적으로 성장을 통한 조세수입이 늘어난다. 단순히 몇 년만 보고 세수를 걱정하는 게 문제다. 최근 이런 감세 효과가 나타나면서 올해부터 기업투자가 늘고 있다. 당분간 현 조세부담률을 유지해야 한다.

이= 조세부담률 유지는 국가부채를 다음 세대에 떠넘기는 행위다. 20대 기업의 현금유보율은 현재 300조원이 넘고 작년 490억달러 무역흑자와 6.1% 성장률을 달성했어도 서민경제는 나아진 게 없다. 감세한다고 기업 투자가 늘어나는 게 아니다. 이미 우리나라 소득세(최고세율 35%)와 법인세(최고세율 22%)는 절대 수준에서 대기업과 부자의 투자의욕을 꺾을 수준이 아니다. 세금을 거둬 재정적자를 메우거나 복지재원으로 쓰는 게 바람직하다. 수출을 통해 대기업들이 벌어들인 흑자는 정부의 고환율정책과 국민들의 인플레이션 감내의 결과이다.

나= 조세부담율을 21%로 올리면 1,2년에는 세수가 늘겠지만, 장기적으로 성장 둔화와 재정적자로 이어진다. 성장률을 1%포인트 높이면 세수는 통상 1조5,000억~2조원 더 걷힌다. 성장률을 높여야 세수가 늘고 복지재원이 증가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국민부담률(국민소득에서 세금과 사회보험이 차지하는 비중)이다. 세금은 기여자와 수혜자가 불명확하지만, 사회보험의 경우 기여과 수혜가 확실하기 때문에 사회보험의 부담률을 점차 높이는 게 시급한 복지 해결에 더 중요하다.

장기적으로는 증세 불가피

사회= 결국 양당 모두 복지지출 증가에 공감하는데, 세목 신설 등 증세로 연결되는 것 아닌가.

이= '신세는 악세'라는 말이 있다. 설령 세목이 신설돼도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조세저항 등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크다. 때문에 기존에 효율적으로 마련할 수 있는 재원을 최대한 확보한 뒤 그래도 안 되면 세금 인상을 검토해야 하는데, 현재로선 (부자감소 철회 등) 조세개혁을 통해 보편적 복지에 쓰일 재원(16조4,000억원)은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 중장기적으로 조세부담률을 올려야 한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국가경쟁력을 높여서 빨리 선진국 문턱에라도 가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려면 세금을 인상해서는 안 된다. 경쟁력 향상으로 성장률이 높아지고 장기적으로 이를 통해 세수를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장기적으로 10년 뒤 인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 인상 여부를 논해 국민들에게 혼란을 줄 필요는 없다.

정리= 박기수기자 blessyou@hk.co.kr

사진= 오대근기자 inliner@hk.co.kr

■ MB정부 복지공약 실천율 절반 못미쳐

2007년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의 정책공약집을 보면 낯익은 문구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복지부분 맨 앞에 올라 있는‘생애주기별 맞춤형 보건ㆍ복지’라는 소제목은 최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내건 기치와 거의 흡사하다. 뒤이어 “2012년까지 모든 영ㆍ유아를 대상으로 보육시설 이용료를 지원하고, 보육시설 미이용자의 경우에는 가족 또는 친척이 양육하더라도 보육시설 이용금액의 상당액을 지원하겠습니다”라는 부분은 민주당의 무상보육과 통한다.

복지문제가 새삼 관심을 끌고 있지만, 실상은 얼마나 돌고 돌아온 정책들인지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문제는 말이 아니라 공약이 얼마나 잘 지켜졌느냐 일 것이다. 대선 공약을 토대로 볼 때, 현 정부의 복지부분 주요공약 실천율은 절반에도 못 미친다(표 참조). 공약대로라면 이명박 정부는 보육분야에서 보편적 복지를 이뤘어야 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소득하위 70%까지 보육시설이용료 지원이 확대됐지만 만3~5세 아동의 경우, 민간시설을 이용하면 부모들이 월 10만~15만원가량을 개인 부담해야 한다. 또 시설을 이용하지 않으면 차상위계층(소득이 최저생계비의 120% 미만인 경우)만 양육료로 월 10만~20만원씩 지원해줄 뿐이어서, 양육료를 받는 아동은 9만8,000명 뿐이다.

또 대선공약 중 의료비를 지원하거나 대출해주는 ‘의료안전망기금’설립, 보건소가 아닌 일반 병원을 이용해도 영ㆍ유아 필수예방접종 비용 전액을 국비 부담하는 방안(현재는 일부만 지원), 만5세 이하의 외래진료비도 본인부담금을 경감(현재 입원진료비는 본인부담 10%)하는 방안 등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지금 민주당의 무상복지 시리즈가 논란과 함께 주목을 받는 이유는 그 내용에 대한 찬반을 떠나서, 대선을 한참 앞둔 시점에서 미리 시급한 복지문제를 강조하고 공약실천의 의지를 표명했기 때문인지 모른다. 또 주로 선진국에서만 볼 수 있었던 특정 이슈에 대한 여야의 정책 대결이 한국에서 펼쳐지고 있는 것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정책대결 과정에서 서로 약점을 감추기 위해 본질을 호도하는 기치를 내거는 것은 정치권 복지논쟁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히고 있다. 우선, 현 정부의 ‘소득하위 70% 보육료 전액 지원’이라는 타이틀이 그렇다. 민간시설을 이용하려면 엄연히 추가 비용을 내야 하는데 ‘전액’이라는 타이틀을 내건 것이다. 시설을 이용하지 않는 아동에 대한 지원은 없으면서 “사실상 무상보육단계”라고 말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도 실상을 왜곡한 것이다.

민주당은 재원마련을 위한 증세 문제를 놓고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은 2013~2017년까지 순차적으로 무상복지를 실행하면, 최종 5년차에 16조4,000억원(무상급식 1조원, 무상보육 4.1조원, 무상의료 8.1조원, 반값등록금 3.2조원)이 들 것이라고 분석하고, 증세 없이 재원 확보가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국채발행이나 새로운 세목의 신설과 급격한 세율인상과 같은 증세 없이’라는 설명이 전제돼 있다. 부자감세 철회(연간 18조원) 등을 증세가 아니라고 하는데, 어찌됐든 세금이 늘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엄연히 증세의 범위에 든다. 오히려 민주당은 “증세가 아니다”라고 할 것이 아니라, “서민층에 대한 증세는 없을 것이다”라고 범위와 대상을 구체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

민주당은 외부 전문기관 연구용역을 거쳐 정확한 재원규모를 확정하겠다는 입장인데, 그 이후 이어질 정책대결은 얄팍한 말장난을 거둬낸 진검승부가 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이진희 기자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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