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사 아니다" 남편 범인 입증 위한 물증 확보"입대 문제로 부부싸움 잦아" 정황 증거도 확보
만삭의 의사 부인 사망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숨진 박모(29)씨가 사고로 사망한 것이 아니라는 물증을 확보했다. 박씨의 몸에서 타살 의혹을 뒷받침할 치명적인 상처도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폐쇄회로(CC)TV 판독결과 외부침입 흔적도 없는 것으로 드러나 이 같은 증거들은 남편 A(32)씨를 범인으로 볼 수 있는 결정적인 단서라는 게 경찰의 주장이다.
결정적인 증거들
10일 서울 마포경찰서 등에 따르면 박씨의 시신을 추가 부검하는 과정에서 기존에 알려진 뒷머리의 찢긴 상처, 얼굴의 멍이 든 흔적 외에 치명적인 부위에 남겨진 상처가 추가로 발견됐다. 경찰은 그러나 "정확한 상처의 위치는 말할 수 없고 법정에서 결정적인 증거로 밝힐 것"이라는 입장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넘겨받은 추가 부검 결과 소견서에도 '사고사가 아니다'라는 문구가 여러 차례 등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그 근거에 대해 역시 "(범죄 혐의를 입증할) 결정적인 증거인 만큼 확인해 줄 수 없다"고 입을 닫았다.
경찰은 시신이 발견된 현장의 일부 집기 등의 위치가 평소와 다르다는 점과 파손된 흔적이 있는 점 등도 발견하고 A씨가 범행 후 이를 숨기기 위해 의도적으로 한 것인지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법원이 지난 4일 "사고사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하자 경찰은 이를 반박할 증거를 수집하는 한편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현장조사를 벌여 왔다.
경찰은 또 A씨와 박씨 주변인물의 진술 등을 통해 사건 당일 행적을 추적한 결과, A씨를 범인으로 입증할 상당한 정황증거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의 한 직장 동료는 "박씨는 보통 오전 7시30분, 늦어도 8시까지는 출근했다. 오전 6시50분쯤이면 이미 옷을 갈아입고 화장을 하는 등 출근 준비를 다 마칠 시간"이라고 경찰에 진술했다. 시신 발견 당시 박씨는 잠옷 차림이었다. A씨는 경찰에서 "오전 6시40분쯤 출근을 했는데, 부인이 옷도 코디해 주고 배웅을 해줬다"고 말했다. 일단 경찰은 부부가 기상한 것으로 알려진 오전 5시40분 이후를 사망 추정 시간대로 보고 있다.
군 입대 문제로 부부싸움 잦았다
경찰은 A씨 부부가 평소 A씨의 군 입대 문제로 자주 다퉜다는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A씨는 이달 말 입대를 앞두고 전문의 시험 통과 여부에 따라 근무지가 결정될 예정이었다. 박씨의 아버지는 "시험을 통과하면 서울 도심의 병원에서 근무를 할 수 있지만, 떨어지면 지방으로 가야 할 처지였다. 딸 아이는 친정에 아이를 맡기고 직장을 계속 다니겠다는 입장이어서 많이 다퉜던 걸로 안다"고 말했다.
A씨는 사건 전날 전문의 1차 시험을 치르고 박씨와 외식을 하며 "망친 것 같다"고 얘기한 것으로 알려져 군 입대 문제가 부부싸움의 직접적 원인이 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실제 A씨는 지난달 20일 발표된 1차 시험 결과 떨어졌다.
경찰은 이 같은 증거와 정황을 근거로 늦어도 다음주 중 구속영장을 재신청하는 과정에서 '박씨의 죽음은 사고사가 아니다'라는 점을 부각시킬 방침이다. 외부침입 흔적이 전혀 없기 때문에 사고사가 아니라는 판정만 나오면 자연스레 A씨가 범인임을 입증할 수 있으리라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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