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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때 맺은 美 40사단과 가평고의 아름다운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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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때 맺은 美 40사단과 가평고의 아름다운 인연

입력
2011.02.10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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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전 경기 가평고등학교 체육관에서 열린 졸업식에 미국에서 온 특별한 손님들이 참석했다.

미 40사단에 소속돼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듀웨인 레슬리(82), 알프레드 길버트(79)씨, 그리고 스콧 존슨 미 40사단장. 이들은 이날 강성호, 우현기군 등 졸업생 2명에게 장학금을 전달했다.

이들과 가평고의 인연은 한국전쟁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인천에 상륙한 미40사단 장병 1만5,000여명은 북으로 도주하는 북한군을 쫓아 연천 일대에서 전투를 치른 뒤 가평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조셉 클레란드(Joseph Cleland) 당시 사단장은 가평 일대를 돌아보다 다 쓰러져 가는 천막 두 동에서 수업을 하고 있는 학생 150여명과 마주쳤다. 전쟁 통의 열악한 환경에서도 공부에 열중하고 있는 교사와 학생들에게 감명을 받은 클레란드 사단장은 이 사실을 부대원들에게 알렸고, 장병들은 모금을 해 순식간에 2만여 달러를 만들었다. 학교를 세워주기 위해서였다.

클레란드 사단장의 설득으로 가평의 지주들이 땅을 내놓으면서 가평읍 대곡리에 학교 부지가 마련됐고, 공병장교 벰 호프 중위가 설계를 맡았다. 공병ㆍ수송 부대가 시멘트 등 자재를 지원했고 학생들도 '우리 학교가 생긴다'는 기쁨에 맨손으로 벽돌을 날랐다.

드디어 그 해 여름 교실 10개와 강당을 갖춘 학교가 만들어졌다. 주민들은 클레란드 사단장의 이름을 따 학교 이름을 짓자고 했지만, 클레란드 사단장의 완곡한 반대로 학교 이름은 '가이사 중학원'으로 정해졌다. '가이사'는 한국전 당시 40사단의 첫 전사자인 케네스 카이저(Kenneth Kaiser Jr) 하사의 이름이다. 표기법대로 하자면 '카이저'가 정확하겠지만 당시 가평 주민들은 그냥 '가이사'로 불렀다. 가이사 중학원은 이후 6개 학급의 가이사 중학교와 3개 학급의 가이사 고등학교로 정식 인가를 받았고, 1972년 각각 지금의 가평중과 가평고로 이름이 바뀌었다. 이날 졸업식에 참석한 레슬리, 길버트 씨는 카이저 하사와 함께 전쟁을 치렀던 전우들이다.

40사단과 가평의 인연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퇴임한 클레란드 장군은 1987년 부인과 함께 가평을 방문해 장학기금을 기부했고, 그가 세상을 떠난 뒤에도 부인이 남편 연금의 일부를 장학금으로 기탁했다.

가평고는 이들의 장학금을 기금 형태로 적립해 기금 이자를 1990년부터 신입생과 졸업생에게 전달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미40사단 사령부도 1998년부터 '가이사 모금함'을 만들어 매년 장학금을 가평고에 지급하고 있다.

한병헌 교장은 "당시 학교를 만들었던 장병들과 주민들은 대부분 세상을 떠났지만 미군 장병들과 가평과의 아름다운 인연은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강주형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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