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에선 취학 앞둔 최고참이지만 '유아' 취급 받기 십상인 일곱 살. 이들이 심각한 듯 표정을 구기거나 감춰둔 고민이라도 꺼낼라치면 어른들은 피식 웃는다. "쪼그만 게 뭘 안다고…" 허나 그건 세상만사를 자기 눈높이로만 재단하는 어른들 시각일 뿐. 어른들이 제가끔 희로애락을 겪듯이 일곱 살 아이들에게도 세상은 때로는 기쁨, 때로는 슬픔, 더러는 노여움으로 다가온다.
11일 밤 11시5분 방송되는 'MBC 스페셜'은 경기 동두천의 한 어린이집 7세반 아이들 일상을 통해 어른들이 잊어버렸거나 모르고 있는 '일곱 살 인생'의 속내를 들여다 본다.
7세반 교실에선 수업 때마다 태희 옆에 앉으려는 남자 아이들 몸싸움이 치열하다. 이미 다른 친구가 태희 옆자리를 꿰찼는데도 기어이 그 사이를 파고드는 한 소년. "세상에서 제일 하기 싫은 게 공부"라는 민호는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공부는... 태희 공부!"라고 외친다. 하지만 태희는 자기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민호가 귀찮기만 하다. 민호는 이 난관을 어떻게 헤쳐갈까.
7세반의 또 다른 스타 아름이는 태희와 단짝이다. 둘 사이가 처음부터 좋았던 건 아니다. 아름이는 1년 전 어린이집에 새로 들어온 태희에게 친구들 관심이 쏠리자 마음고생이 심했단다. 이젠 단짝이 됐지만 한자시험 1등은 양보할 수 없다는 꼬마 숙녀들의 '우정과 경쟁 사이'를 엿본다.
마냥 철부지 같아 보이지만 아름이는 남극 얼음이 녹아 우리나라까지 올까 걱정하고, 준구는 마트 물건 값이 오르면 가족이 굶게 될까 근심한다. 고민 발표를 듣고 친구들의 내놓는, 더러는 속깊고 더러는 기상천외한 해결책도 들어본다. '미운 일곱 살'이란 옛말이 무색하게 집에서 설거지며 요리, 동생 기저귀 갈기 등을 돕는 모습에선 제법 의젓함이 느껴진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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