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이상 기후로 곡물생산량이 크게 줄어들어 2008년에 이어 세계식량위기가 재현될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 중국, 러시아 등 도처에서 식량확보에 비상이 걸렸고 밀, 옥수수, 콩, 식용유 종자 등의 가격이 기록적인 수준으로 치솟고 있다고 9일 로이터가 보도했다.
미 농무부가 이날 발표한 월간식량수급동향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옥수수 재고는 8월말까지인 현 거래연도에 9% 감소한 6억7,500만 부셸(1부셸=60~62파운드)에 그쳐 연평균 거래규모인 7억2,900만 부셸에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또 러시아 우크라이나 유럽의 가뭄과, 캐나다 호주의 이상기후로 올해 옥수수 수확기에도 공급량이 2%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보고서가 발표되자 9일 미 선물시장 옥수수 가격은 1부셸당 7달러를 넘어 2008년 이후 최고가를 기록했다.
중국도 지난 해 10월부터 밀 곡창지대의 가뭄으로 겨울밀 경작지 773만헥타르가 피해를 입었다. 이는 전체 수확분의 42.4%에 해당하는 엄청난 규모다. 문제는 겨울가뭄이 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여 피해규모가 커질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쌀은 2대 수출국인 태국과 베트남의 공급 여력이 있어 상대적으로 수급난이 덜한 편이다. 하지만 인도네시아는 9일 재고를 늘리기 위해 쌀 수입을 긴급 지시했다. 쌀을 주식으로 하는 아시아 다른 나라들도 유사 조치를 취할 경우 쌀 수급상황도 나빠질 것으로 보인다.
다치안 치올로스 유럽연합(EU) 농업담당 집행위원은 9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톰 빌삭 미 농무장관을 만나'식품가격 안정의 중요성'을 논의했다고 EU 성명이 밝혔다. 올해 세계 식량수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위기감에 따른 것이다. 또 주요 20개국(G20)은 18일 파리에서 재무장관 회담을 열고 에그플레이션 국제감시 체제 창설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인터내셔녈 푸드 프로덕트사의 구매담당자 스티브 니컬슨은 "주요 곡물 모두가 공급이 달리는 상황이어서 세계 식량위기가 더욱 심화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한창만기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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