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적에게 협상금을 주지 않고 석방된 것은 기적입니다. 케냐 선원 상당수가 무슬림인 게 크게 작용한 것 같습니다."
금미305호 피랍 직후부터 케냐 몸바사에서 소말리아 해적들과 협상을 진행해온 김종규(58)씨는 10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석방을 위한 몸값 지불은 전혀 없었다"며 "억류됐던 케냐 선원 39명 중 15명이 소말리아인들처럼 무슬림인 덕에 종교 지도자들이 회유에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씨는 4개월 넘게 홀로 협상을 시도했던 만큼 기쁨에 앞서 선원들 건강을 먼저 걱정했다. 그는 "금미호는 현재 김대근 선장의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중국동포 출신 항해사가 운항하고 있다"며 "기관장도 말라리아에 걸린 듯 고열에 시달렸으나 다소 호전된 상태"라고 말했다.
해적들은 선박을 납치한 뒤 2~3일에 한번씩 김씨 사무실로 전화를 걸어 김 선장과 연결하는 방식으로 협상을 시도했다. 그러나 해적들은 삼호주얼리호 구출작전 직후부터 연락을 끊었다. 한달 가까이 두절됐던 연락이 온 건 지난 7일 오후 5시20분께(현지시간).
김씨는 "당시 석방 얘기는 없었지만, 해적들의 태도가 의외로 호의적으로 변해 있었다"며 "해적들은 8일 저녁 석방을 최종 결정했으며, 9일 오전 6시께 금미호가 하라데레항을 떠났다는 연락을 해적들로부터 받았다"고 밝혔다.
특히 김씨는 "일부 언론에서 내가 '협상금이 전달됐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나오는데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는데 와전된 것 같다"며 "몸값은 한 푼도 지불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는 9일 밤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는 '돈을 조금 줬다. 금액은 나중에 말하겠다'고 답변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김씨가 '해적과 타협은 없다'는 정부 방침과 다른 발언을 하기 어려워 말을 바꾼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1979년 한국을 떠나 케냐에서 생활해온 김씨가 금미호 석방 시점에 귀국한 것도 해적과의 협상과 관련된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김씨는 돈을 노린 해적들이 선원과 배를 고스란히 돌려보낸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에 대해 "금미호에는 2억원 상당의 대게가 실려있지만 해적들은 비늘 없는 고기는 먹지 않고, 배에선 더 이상 뺏을 게 없다고 생각한 것 같다"며 "선원 건강상태나 금미호의 열악한 재정상태를 고려해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부산=강성명기자 sm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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