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미국 위스콘신대학의 와이즈먼 뇌신경연구소는 명상이 뇌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는 실험을 했다. 결과는 흥미로웠다. 명상이 부정적인 마음을 긍정적으로 바꾸고, 면역력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에 관심이 많아 당시 이 실험에 자원한 티베트 스님 욘게이 밍규르 린포체(36)는 과학자들로부터 “지구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는 별칭을 받았다.
욘게이 밍규르 린포체가 불교계 초청으로 9일 한국에 처음 왔다. 그는 달라이 라마 이후 티베트 불교의 새로운 세대를 대표한다. 17세기 고승 욘게이 밍규르 도르제의 7대 환생이자, 20세기 티베트 불교의 위대한 지도자 캉규르 린포체의 환생으로도 공인을 받은 큰스님이다. 2009년 국내에도 출간된 그의 책 는 세계적 베스트셀러다.
스님은 ‘린포체’(고승의 환생 중에도 아주 특별하고 중요한 인물에게 붙는 호칭)라는 자리가 주는 묵직함을 잠시 잊게할 만큼 유쾌했다. 린포체라는 이름이 버겁지 않느냐고 묻자 “그거 샀어요. 300만달러 주고”라고 농담을 던져 웃음바다를 만들었다. 작은 체구에 안경을 쓴 스님은 장난끼 많은 눈을 반짝이며 쉬운 비유로 명상 수행의 본질을 설명했다.
“방이 어두우면 뭐가 있는지 안 보이죠. 탁자에 부닥칠 수도 있고. 하지만 전등 스위치를 찾아서 켜면 모든 것이 분명해지죠. 스위치는 그 자리에 늘 있던 것인데, 우리가 모를 뿐이죠. 빛은 곧 지혜입니다. 깨달음은 어두운 방에 불을 켜는 것입니다. ”
불교에서는 사람에서 미물까지 모든 존재가 불성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누구나 부처, 곧 깨달은 이가 될 수 있다는 가르침이다. 하지만 거기에 이르는 길은 아득하다. 어찌하면 가 닿을 수 있겠느냐고 묻자, 스님은 “참선 수행은 누구나 할 수 있다”며 “관심과 열린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어린 시절부터 유독 예민했던 스님은 7,8세 때부터 공황장애를 겪다가 참선으로 이를 극복했다. 11세 때 북인도 세랍 링 사원의 초청을 받아 거기서 3년씩 두 차례 무문관 수행을 했다. 첫 번째 무문관 수행을 시작했을 때 그의 나이는 겨우 13세. 사원에서 특별히 허락해줬다. 첫해는 공황증이 더 심해졌고 참선이 잘 안돼 불행했다고 한다.
“계속 괴롭게 2년을 더 버틸 것이냐 고민하다가 공황증을 참선 방편으로 삼자고 결심했더니 싹 사라졌어요. 공황증은 저에게 가장 좋은 친구이자 스승입니다. 수행에 장애는 없어요. 어떤 문제든 수행의 방편이 될 수 있으니까요.”
스님은 세랍 링에서 불교대학 공부까지 마치고 2000년부터 전세계를 다니며 불교를 알리고 명상 수행을 가르치고 있다. 가르치는 여행을 10년간 한 다음 세 번째 무문관 수행을 하겠다는 결심에 따라 올해 5월부터 다시 무문관에 들어간다.
이번 방한 기간에는 설악산 백담사, 수원 봉녕사 등을 방문해 대중을 상대로 법문을 한다. 스님은 14일 떠난다.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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