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협상은 실리와 명분, 모두를 챙긴 뒤 웃으면서 자리를 뜨는 것이다. 그러나 명분이나 실리 한쪽만을 지나치게 주장하다 보면 ‘두 마리 토끼’를 잡기는커녕 ‘집토끼’마저 놓칠 수 있다. 야구팬들이 비난을 넘어 안쓰럽게까지 바라보는 프로야구 롯데가 요즘 딱 그 모양이다.
엔씨소프트의 9구단 창단을 반대해온 장병수(59) 롯데 사장은 지난 8일 한국야구위원회(KBO) 이사회 직후 가진 전화 인터뷰에서도 여전히 단호했다. 대기업이 해도 적자가 나는 판에 재계 서열 30위 안에도 들지 못하는 중견기업이 과연 야구단을 운영할 수 있겠느냐는 논리는 변함이 없었다. 부실구단이 나와 전체 야구판이 흔들릴 경우 “모든 책임은 전적으로 KBO에 있다”고까지 경고했다.
“현재 여건 상 8개 구단이 결코 적은 게 아니다”라는 장 사장의 지적도 일리는 있다. 우리나라 인구보다 훨씬 많은 일본(약 1억2,700만명)도 12개 구단에 불과하다는 주장인데, 야구 관계자 일부가 이에 동의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나 신생구단 창단은 올해로 30년을 맞은 프로야구의 제2의 도약을 위해 거스를 수 없는 ‘대세’였다. 이사회에서 롯데를 제외한 KBO와 나머지 7개 구단 사장들이 일사천리로 통과시킨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장 사장의 인터뷰 기사가 나간 직후 누리꾼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대부분 롯데와 장 사장을 힐난하는 수 천여 개의 댓글이 포털 사이트를 도배하다시피 했다. 신생구단 창단을 원하는 팬들의 열망을 간접적으로나마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나아가 일부 팬들은 “넥센에서 황재균과 고원준을 빼온 롯데가 프로야구 부실을 염려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롯데로서는 9구단 창단과 관련해 명분도 잃고 실리도 챙기지 못한 모양새가 됐다.
좀 다른 이야기지만 10일 바다 건너 전해온 야구 기사 하나가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메이저리그에서 단 1승(11패)에 그친 피츠버그 투수 로스 올렌도프(29)가 연봉조정 청문회를 통해 올해 연봉을 5배(202만5,000달러)나 끌어 올렸다는 소식이다. 9경기 연속 홈런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타격 7관왕을 휩쓴 간판 타자 이대호(29)와 7,000만원을 놓고 대립, 명분싸움에서 패했던 롯데에 또 한번 시사하는 바가 크다.
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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