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삭의 의사 부인 사망 사건을 수사중인 경찰은 숨진 박모(29)씨의 사망시각 및 범행장소 규명에 집중하고 있다. 추가 검안과 현장조사를 통해 박씨 목에 남은 상처 등 남편 A(32)씨의 혐의 사실을 입증할 상당한 물증을 확보(본보 12일자 10면)한 경찰은 시간과 장소만 특정할 수 있다면 A씨를 구속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13일 "여러 정황 증거를 종합 재검토한 결과 A씨가 게임을 마친 지난달 14일 오전 3시께부터 집 문을 나선 6시40분 이전에 박씨가 사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현장 압수수색을 통해 A씨가 이날 오전 3시께까지 게임을 했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폐쇄회로TV 판독결과 외부침입 흔적이 없기 때문에 이 시간대를 범행 시각으로 본다는 설명이다.
범행 추정 시간대를 당초 13시간여에서 4시간 가까이로 좁힌 셈이다. 법원은 당초 "사망 추정 시각 범위가 너무 넓다"며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A씨의 변호인도 "부검을 통해 과학적인 추정 시각을 제시하지 못하고 부실 수사로 범인을 한 쪽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경찰 수사에 이의를 제기했다.
사망 추정 시각은 1995년 '치과의사 모녀 피살사건'에서도 핵심 쟁점이었다. 당시 2심과 3심 재판부는 시신의 상태로 사망시각을 정확히 밝히기 어렵다는 외국 법의학자의 증언을 토대로 '직접적 증거가 없다'며 피의자였던 남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박씨의 사망 장소도 아직은 명확하지 않다. 경찰은 시신의 목과 정수리 등에 외상이 있고, 침실과 욕실에서 혈흔이 발견돼 A씨가 부부싸움 끝에 박씨를 숨지게 했다고 보고 있지만 살해 장소에 대해서는 안방, 욕실 등 모두에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안방에서 살해하고 욕실로 옮겼는지, 욕실에서 범행을 했는지 등 구체적 장소를 아직은 섣불리 특정할 수가 없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르면 이번 주 초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추가 검안소견서가 오는 대로 박씨의 사망 추정 시각, 살해 장소 등을 구체적으로 적시해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다시 신청할 방침이다.
남상욱 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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