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조사서 남편 '거짓말'로 판정남편 "긴장된 분위기… 수긍 못해"
만삭의 의사 부인 사망사건과 관련, 거짓말 탐지기 조사 결과가 증거로 채택될 수 있는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피의자인 남편 A(32)씨를 범인으로 볼 수 있는 여러 정황증거는 있으나 결정적 물증과 진술이 없는 상태에서 이 사건의 핵심 쟁점에 대한 거짓말 탐지기 조사 결과는 남편을 범인으로 가리키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3일 거짓말탐지기 조사에서 '부인을 살해했느냐' '부부싸움을 했느냐'는 두 가지 중요 질문에 모두 "아니다"고 부정했지만 기계는 이를 모두 거짓으로 판정했다.
특히 경찰은 매우 민감한 사안임을 감안, 거짓말 탐지기 조사의 신뢰성을 확실히 하기 위해 신중을 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서울의 일선 경찰서가 수사하는 피의자의 경우 거짓말 탐지기 조사는 상부기관인 서울경찰청이 맡아서 하는 게 관행. 이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 마포경찰서는 공신력을 인정받기 위해 제3의 기관인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해 조사했다. 국과수 역시 관련 분야의 최고 베테랑 전문가에게 A씨의 조사를 맡겼던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피의자인 A씨는 "경찰이 긴장된 분위기를 조성한 가운데 한 조사결과라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A씨 변호인인 임태완 변호사 역시 "판례를 보더라도 거짓말 탐지기 결과는 증거능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서울 서부지법 관계자는 "무조건 증거 능력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대법원 판례 상 ▦피검사자의 생리적 반응을 정확히 측정하는 등 기구의 성능과 조작기술 등에 신뢰도가 높고 ▦피검사자가 검사에 동의하는 등 10가지 정도의 요건을 갖출 경우 정황 증거로 인정해왔다는 것이다. 거짓말 탐지기 조사는 임상실험에서 정확도가 96~98%수준을 보이고 있으며 일반적으로 80% 이상의 신뢰도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전례로 봤을 때 경찰이 결정적 증거를 확보하지 않는 한 남편의 범행여부는 논란이 될 수 밖에 없을 전망이다. 1995년 일명 '치과의사 모녀살해' 사건에서도 피의자인 남편이 핵심사안에 대한 거짓말 탐지기 조사에서 거짓진술 판정을 받았지만 결국 무죄가 됐고 사건은 영구미제로 남았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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