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공사 중에 불상 또 나오면 골치… 없는 걸로 하자"
낙동강 낙단보 제2 마애불 매장 가능성(1월31일자 15면)을 둘러싸고 행정 당국이 4대강 공사 차질을 우려, 주민 대표들에게 입단속을 시킨 사실이 드러나 파장이 일고 있다.
9일 경북 의성군과 낙단보 인근 주민들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오전 10시30분 낙단보 공사현장에서 500m 정도 떨어진 N식당에서 의성군청 공무원 3명이 K씨 등 주민 대표 2명에게 제2 마애불 매장설 확산 차단을 당부했다.
공무원들은 이 자리에서 "4대강 공사가 한창인데, 불상이 하나 더 나오면 공사 차질이 우려되는 등 골치 아프다"며 "더 이상 불상이 없는 것으로 하자"고 요구했다는 것.
이날 주민 대표를 불러낸 공무원은 대민 접촉이 가장 많은 사무관 L씨였고, 주민에게 입단속을 주문한 공무원은 문화재 담당 부서 근무자로 확인됐다.
당시 무리한 요구에 부담을 느낀 주민들은 점심 식사도 하지 않고 커피만 마신 뒤 자리를 뜬 것으로 알려졌다.
낙단보 인근 주민 P(55)씨는 "사실 공직사회 내부에서도 마애불이 하나 더 묻혀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로 알려져 왔다"며 "4대강 공사 때문에 조상들의 천년 문화유산을 발굴하지 않고 묵살하겠다는 것은 직무유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의성군 관계자는 "주민들을 만난 것은 사실이지만, 입단속을 시킨 적은 없다"며 "이날 만남은 추가 발굴이 필요한지 여부를 가늠하기 위해 참고사항을 물은 것 뿐"이라고 해명했다.
주민들은 지난해 11월 낙단보 마애불 발굴 조사에 나선 문화재청 관계자에게 제2 마애불 매장 가능 지점에 대한 추가 발굴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한편, 4대강살리기추진본부와 문화재청, 경북도, 부산지방국토청, 의성군 관계자들은 8일 경북 상주시 낙동면 소재 낙동강살리기 32공구 감리단 사무실에서 제2 마애불 발굴 추진 여부 등에 관한 대책회의를 가졌다.
의성=김용태기자 kr88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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