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기억에 남는 로봇을 꼽으라면 난 아톰이다. TV만화 속 아톰은 눈에선 빛을, 손가락에선 레이저광선을 발사한다. 청력을 1,000배까지 높이고, 60개국 언어를 구사한다. 그 아톰을 최근 다시 만났다. 아이를 데리고 간 장난감전시회에서다. 진열장 한 칸 전체가 다양한 포즈의 아톰으로 채워져 있었다. 전시회에 진열된 많은 장난감이 아톰 같은 로봇이었다.
옛 만화 속 로봇들은 대부분 사람을 닮았다. 아톰도 그렇고, 태권V와 마징가Z도, 철인28호도 그렇다. 사람을 돕고, 사람처럼 행동하고, 사람과 생각이나 감정까지 교류하는 로봇을 만들고 싶은 인류의 오랜 바람이 이런 로봇을 그려냈다는 게 과학자들의 분석이다. 만화에서 아톰은 2003년에 탄생한다. 2003년 지난 지 한참인데 아톰 같은 로봇은 현실에 아직 없다. 인지능력은 둘째 치고 로봇을 사람 같은 형태로 구현하는 것도 여전히 쉽지 않다.
사실 로봇이 꼭 사람처럼 생겨야 할 필요는 없다. 과학자들은 오히려 사람처럼 두 다리로 걷는 로봇이 경제성은 떨어진다고 말한다. 만드는 비용이나 수고에 비해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울퉁불퉁한 지형에서도 쓰러지지 않고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전투하려면 말이나 개처럼 다리가 넷 달린 로봇이, 들키지 않고 빠르게 조용히 이동하려면 바퀴 달린 로봇이 낫다. 기능에 따라 적합한 로봇 형태가 다르다는 얘기다. 최근에는 어디나 잘 달라붙는 도마뱀 발바닥을 흉내 낸 로봇, 잠자리처럼 날 수 있는 가벼운 종이로봇도 개발되고 있다.
아이가 로봇에 관심을 갖는 것 같아 변신로봇을 선물했다. 손으로 이리저리 끼워 맞추면 자동차도 되고 태권V 비슷하게도 된다. 아이는 그 로봇을 친구인 양 대한다. 로봇도 스스로 생각할 줄 알고 감정도 있을 거라 여기는 모양이다. 아이가 맞을 미래세상에선 정말 자아를 가진 로봇이 등장할 지도 모르겠다.
그 전에 갖춰 놓아야 할 게 있다. 로봇군인의 오발이나 로봇의사의 오진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로봇이 스스로 권리를 주장할 때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우리는 충분히 고민하지 못했다. 이런 고민을 바탕으로 2007년 국내에서 로봇윤리헌장 초안이 만들어졌다. 세계 최초의 시도였음에도 그 후속진행이 지지부진한 게 아쉽다. 미래의 로봇공학에선 기술만큼이나 윤리가 중요해질 텐데 말이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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