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DTI 규제완화 연장 논란/ "주택시장 정상궤도 거의 진입" "아직 '모르핀' 제거할 때 안돼"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DTI 규제완화 연장 논란/ "주택시장 정상궤도 거의 진입" "아직 '모르핀' 제거할 때 안돼"

입력
2011.02.09 12:16
0 0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를 골자로 한 8ㆍ29대책이 시행된 지 이제 반년. 한달 앞으로 다가온 DTI규제완화의 일몰시한을 앞두고, 이 조치를 연장해야 할지 이대로 종료해야 할지 논란이 뜨겁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DTI규제완화의 연장여부는 기본적으로 4가지 관점에서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첫째 지금의 주택시장상황이 과연 DTI규제완화를 필요로 하는 상황인가 ▦둘째 DTI규제완화조치는 과연 효과적인 정책이었나 ▦다른 정책들과 상충관계는 없나 ▦당면 최대현안인 전세대란에는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 DTI규제완화의 연장과 종료에 대한 평가를 이 4대 핵심 포인트별로 짚어본다.

■ 규제완화 현 시점에도 필요한가

정부가 8ㆍ29 대책으로 DTI 규제를 완화하던 때를 돌이켜 보자. 미분양은 계속 쌓이고, 집값은 떨어지고, 무엇보다 집을 팔고 싶어도 팔 수 없는 ‘시장마비’ 현상이 계속되고 있었다.

그렇다면 6개월이 지난 현재 상황은 어떨까. DTI를 계속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6개월 전만큼 힘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란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먼저 정부가 DTI 완화의 가장 중요한 이유로 내세웠던 거래 위축 문제. 작년 5~9월 전국 월간 아파트 거래량(실거래가 신고 기준)은 3만건대 초반에 머물렀으나, 대책 효과가 나타난 10월 4만건을 넘었고 12월 6만 3,192건을 기록했다. 거래가 가장 부진하던 2008년 12월(1만 9,542건)의 3배가 넘고, 시장이 가장 뜨거웠던 2006년 11월(8만 9,458건)의 70% 수준. 거래량만 보면 정상을 회복했다고 봐도 무방하다는 평가다.

가격도 꾸준히 오르고 있다. 국민은행 아파트 매매 지수(2008년 12월=100)를 보면, 지난달(104.8)은 바닥을 찍던 2009년 3월(98.8)보다 6% 이상 올랐고, 리먼 브라더스 사태 직전(2008년 9월ㆍ101.5) 수준을 이미 넘어섰다. 미분양은 매달 줄어 41개월 만에 8만호대로 내려 앉았는데, 이 정도면 적정 수준에 가깝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물론 시장이 100% 기력을 회복한 것은 아니다. 자생력을 회복했다고 보기 힘들다는 분석도 있다. 권주안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거래는 조금씩 늘고 있지만, 가격이 부산(1년간 17.9% 상승) 등 일부 지역에서만 올랐다는 점에서 온기가 확실히 돌아왔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명확한 방향성을 찾기 힘들다 보니 부처별 입장은 엇갈리고 있다. 국토해양부와 업계, 여당에서는 내심 DTI 완화 연장을 바라는 모습. 그러나 기획재정부나 금융위원회는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종료 쪽으로 기우는 분위기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 규제완화 효과와 부작용

지난 6개월간 DTI규제가 완화되면서 죽어가던 부동산시장을 띄우는 효과는 어느 정도 발휘됐다는 게 일치된 평가다.

DTI규제 완화는 무엇보다 대출을 늘려 집을 사도록 유도하는 정책. 실제로 주택담보대출은 이 조치 덕에 큰 폭으로 늘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은행과 제2금융을 포함한 전체 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지난해 8월 2조3,000억원에서 12월 5조3,000억원으로 급증했다.

이 같은 주택담보대출의 급격한 증가 덕에 아파트 매매는 활발해졌고, 심각했던 거래실종 현상은 해소된 것이 사실이다. 한 은행관계자는 "DTI규제완화의 시장활성화 효과는 확실히 발휘됐다"고 말했다.

문제는 부채증가가 가져올 잠재적 위험성. 한국은행 자금순환표 상 개인부문 금융부채는 지난해 말 이미 900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전문가들은 가계부채가 현재와 같은 속도로 계속 증가할 경우 부실화 위험이 커지고 원리금 상환 부담에 따른 소비 위축 등 부작용이 크므로 속도를 줄여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금융연구실장은 "8ㆍ29 대책 후 지난해 4분기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했고 한때 급락설마저 거론되던 주택가격도 안정을 찾았다"면서 "소기의 목적을 어느 정도 달성한 상황에서 DTI 완화를 더 연장할 경우 정부가 집값 상승을 원한다는 잘못된 시그널을 주어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처럼 상환능력 이상의 대출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건설업계나 부동산업계 관계자들은 가계ㆍ금융 부문 건전성은 담보인정비율(LTV) 규제만으로 충분하다는 주장이다. 오히려 DTI 완화 조치를 연장하지 않을 경우 회복조짐이 보이는 주택시장에 불씨를 꺼뜨림으로써 금융기관의 채권이 부실화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주택시장이 예전의 정상적인 거래수준을 회복하려면 갈 길이 멀다"면서 "DTI 완화를 연장하지 않으면 회복될 기미를 보이던 시장이 다시 위축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 경제정책 기조와의 관계

정부가 지난해 DTI규제를 한시적으로 완화한 것은 한마디로 ‘대출을 더 받게 해 줄 테니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사라’는 의미였다. 매매가 실종된 부동산 시장을 살릴 일종의 극약 처방이었던 셈. 만약 정부가 다음달 DTI 완화 시한을 연장한다면 이는 ‘빚을 쉽게 받을 수 있는 기간을 늘려줄 테니 계속 빚을 내 집을 사 달라’는 의미가 된다.

하지만 이는 지금의 금리정책기조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한국은행은 작년 11월과 지난 1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인상한 데 이어 앞으로도 계속 금리인상기조를 이어갈 계획. 이처럼 기준금리를 올리는 것은 이자부담을 가중시켜 대출받는 것을 좀 더 부담스럽게 함으로써 전반적인 돈줄을 조이겠다는 의미인데, 이런 상황에서 대출을 늘리는 DTI규제를 계속 풀어놓는다는 것은 한마디로 넌센스란 지적이다. 한 시장관계자는 “금리를 올리면서 DTI규제를 계속 완화한다는 것은 전형적인 정책상충”이라고 평했다.

DTI 완화 연장은 금융당국이 올해 중점목표로 준비중인 ‘가계부채 안정화 대책’과도 상충된다. 부동산 경기 침체에도 국내 주택담보대출은 꾸준히 늘어 작년 12월 379조3,000억원으로 사상 최고기록을 경신했다. 특히 12월에는 은행권의 기업대출이 큰 폭으로 감소하는 가운데 주택담보대출만 3조8,000억원이나 늘어나는 등 활황세를 타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가계부채가 위험수위에 다다랐다고 보고 다음달 중 주택담보대출 구조개선 등을 포함한 종합대책을 발표할 예정. 이런 상황에서 DTI 완화를 유지한다면 대출을 부추기면서 동시에 빚을 억제하겠다는 모순에 빠지게 된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DTI 완화는 결국 금융기관의 건전성 악화 위험을 감수하겠다는 의미인데 저축은행 부실 해결에만 10조원이 필요하다는 상황에서는 오히려 건전성 규제를 강화해야 옳다”며 “물가잡기나 금리인상 정책 어느 것과도 배치되는 정책”이라고 말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 전세대란과 함수관계

지금 주택시장의 당면 최대현안은 단연 전세대란. DTI 한시적 완화조치의 연장여부 역시 전셋값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DTI 완화조치를 이대로 종료한다면 전세난을 더 부추길 것이란 주장이 있는 반면, DTI가 어떻게 되든 전셋값에는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우선 DTI완화조치는 꼭 연장되어야 한다는 시각. 지금의 전세난을 타개하려면 더 이상 전세를 살지 않고 집을 사겠다는 사람들이 많아져야 하는데, DTI규제가 이대로 다시 부활된다면 주택매매는 더 위축될 것이고 결국 전세로 눌러앉는 사람만 양산해 전세가격을 더 끌어올릴 것이란 지적이다. 정부와 한나라당 일각에서도 "전세난 해소를 위해서라도 DTI 완화조치는 연장되어야 한다"는 얘기가 흘러 나오고 있다.

김흥수 한국건설산업연구원장은 "DTI 규제가 다시 강화되면 집을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는 비자발적 전세수요마저 늘어나게 돼 최근 전세 수급난에 더 큰 부담을 주게 될 것"이라며 "추가 금리인상이 예고된 점을 고려할 때 한쪽에서 조이는 만큼, 다른 쪽에서 풀어준다(DTI 완화 연장)면 전세난의 충격은 다소 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180도 다른 주장도 있다. DTI규제가 완화됐던 작년 하반기에 전세가격은 오히려 더 폭등했던 만큼, 'DTI규제를 계속 완화해야 전셋값이 잡힌다'는 논리는 성립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최근 전세가 상승은 집값 자체를 밀어 올리고 있는데, DTI완화로 집값이 계속 뛴다면 무주택 세입자들이 전세에서 벗어날 확률은 점점 더 낮아지고 결국 전세가격의 고공행진은 만성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은 "지난해 DTI 규제가 완화됐지만 거래가 눈에 띄게 늘어나지도 않았고 오히려 전세는 더 많이 뛰었다"며 "DTI 완화 연장은 시장심리를 어느 정도 안정시켜주겠지만 전세난의 해법은 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전태훤기자 besam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