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55)씨는 최근 받은 건강검진 결과에서 전립선암표지자인 전립선특이항원(PSA) 수치가 높다는 통보를 받았다. 평소 소변을 보는 데 별 지장이 없었고 가족 중에 암에 걸린 사람도 없어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하지만 이런 경우에도 조직검사를 하면 5명 중 1명 정도에서 암이 있다는 의사 말에 전립선 생검(生檢)을 받았다. 그 결과 전립선 2곳에서 암세포가 발견됐다.
다행히 전립선 자기공명영상(MRI)검사와 전신 골주사검사를 한 결과, 암이 전이되지 않아 수술하기로 마음을 정했다. 처음에는 일반 개복수술을 받을까 하다가 전립선암에는 로봇수술이 좋다는 주위의 말에 삼성서울병원 로봇수술센터를 찾았다. 이씨는 길이 1cm 남짓의 절개창(구멍)을 통해 시술하는 로봇-복강경 근치적 전립선적출술'을 받았다. 수술 결과는 아주 만족스러웠다. 수술 중 출혈량이 적어 수혈도 하지 않았고, 수술한 뒤 나타나는 복압성 요실금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발기력이 회복돼 성생활도 가능해졌다. 이현무 삼성서울병원 로봇수술센터 비뇨기과 교수에게 요즘 시행되는 최신 로봇수술법에 대해 알아보았다.
로봇수술이란 무엇인가.
"로봇이 의사 손을 대신해 절개하지 않고 수술하는 최소 침습 수술법이다. 하지만 로봇수술이라고 모든 수술과정을 로봇이 스스로 알아서 하는 것은 아니다. 수술은 전적으로 의사가 한다. 의료용 로봇이 의사를 도와준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고 할 수 있다. 로봇수술은 복강경수술의 장점을 그대로 이어받으면서 360도 회전하는 로봇팔(Robot arm)을 이용해 기술적인 정교함을 더했다. 손 떨림이 없어 정교하게 봉합할 수 있고, 확대된 3차원 영상을 통해 수술하기 때문에 편하다. 환자 몸 안에 로봇팔과 카메라를 넣고, 의사는 수술대 바로 옆의 로봇 콘솔에 앉아 카메라가 전송한 영상을 보면서 조종간을 조작해 원격으로 수술을 진행한다. 현재 쓰고 있는 의료용 로봇은 미국 인튜이티브 서지컬(Intuitive Surgical) 사가 독점 생산하는 '다빈치(daVinci)로봇'이다."
로봇수술은 어떻게 진행되나.
"수술 준비는 기존 개복수술이나 복강경수술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전신마취를 한 뒤에 복강경수술 때처럼 복부의 수술 부위에 이산화탄소를 채워넣어 수술 공간을 확보한다. 어떤 부위의 수술이냐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환자 몸에 4~5개의 작은 구멍(절개창)을 만들고 손 떨림 방지 기능이 있는 로봇팔 3개와, 확대된 3차원 입체영상을 찍어줄 카메라를 넣은 뒤 수술을 진행한다. 로봇팔은 굵기가 5~8㎜밖에 되지 않아 사람 손이 닿기 힘들고 뼈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는 장기를 수술하는 데 적합하다."
로봇수술은 어떤 환자에게 필요한가.
"정교하고 세밀한 수술에 주로 쓰인다. 대표적으로 전립선암을 떼내는 데에 많이 쓰인다. 전립선은 좁은 골반강 안에 있어 주변에 신경혈관 다발과 요도 괄약근, 직장 등이 복잡하게 엉켜있어 수술하기 아주 까다롭다. 일반 개복수술을 하면 주변 조직 일부를 손상하는 게 불가피해 출혈이 많이 되고, 수술 후 요실금, 성기능 장애가 생길 수밖에 없다. 반면, 로봇수술은 배에 가스를 넣어 공간을 확보한 뒤 수술하는 복강경수술이라 가스압력만으로도 지혈할 수 있어 일반 개복수술보다 출혈이 훨씬 적다. 게다가 10배 이상 확대된 3차원 입체영상을 보면서 움직임이 섬세한 로봇팔을 이용해 전립선 표면의 신경과 혈관을 확실히 구분해 떼내므로 조직을 온전히 보전할 가능성이 높고, 요도 길이도 충분히 남길 수 있다. 최근에는 로봇수술 영역이 점차 넓어지면서 부분 신(腎)절제술, 신우 및 요관 재건술, 방광절제술 등 각종 비뇨기계 수술은 물론이고, 갑상선수술과 대장암ㆍ위암수술, 자궁적출술, 자궁근종수술에도 널리 활용되고 있다. 흉부외과에서는 폐엽절제술이나 흉선절제술에 많이 쓰인다."
로봇수술의 장ㆍ단점을 꼽으라면.
"로봇수술은 작은 구멍만 몇 개 뚫고 수술하므로 통증이 적고 출혈이나 감염위험이 상대적으로 적어 회복도 빠르다. 물론 이런 장점은 기존 복강경수술로도 얻을 수 있다. 이외에 로봇수술만의 장점이 있다. 로봇팔은 관절이 360도로 회전할 수 있어 수술 범위가 넓고, 수술 시야를 10배 이상 넓혀주는 3차원 입체영상을 제공하므로 정밀수술을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로봇수술로 전립선암 수술을 하면 요실금과 발기부전 등의 부작용을 다소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아직 전립선암 수술법에 따른 치료성과를 장기간 추적 관찰한 대규모 임상시험 결과가 나온 게 없어 어떤 수술법이 좋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로봇수술의 단점도 있다. 일반 개복수술을 하면 종양을 손으로 만지면서 형태를 알아낸 뒤 수술하지만, 로봇수술은 종양의 딱딱한 정도나 형태를 짐작할 수 없다. 촉각을 대신할 만한 방법이 몇 가지 있어 큰 문제는 아니지만 그 부분이 취약한 것은 사실이다. 오히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로봇수술은 보험적용이 안돼 기존 개복수술(200만~300만원)보다 수술비가 상당히 비싸다(1,400만~1,800만원)는 점이다."
신의료기술로서의 로봇수술 전망은?
"로봇수술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로봇수술을 더 효과적으로 하기 위한 다양한 기술이 개발 중이다. 배에 구멍을 뚫지 않고 배꼽이나 항문, 질(膣) 등을 통해 수술하는 노츠(NOTES)기술, 구멍 하나만 뚫어 수술기구를 집어넣는 단일 절개 복강경수술(single port surgery), 로봇팔에 접촉감이나 힘을 제어할 수 있는 햅틱 인터페이스 기술 등의 적용이 바로 그것이다. 앞으로 이런 기술이 현실화되면 로봇수술이 더 활성화될 것이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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