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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인은 대칭이 만들지만 생명은 비대칭이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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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인은 대칭이 만들지만 생명은 비대칭이 만들었다?

입력
2011.02.0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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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희, 한예슬, 송혜교. 얼굴 참 예쁘다. 왜 예쁠까. 성형외과 전문의들이 보기에 이들의 미모는 대칭 덕분이다. 얼굴 좌우가 거의 완벽하게 일치한다는 것이다.

대칭은 오래 전부터 아름다움의 조건이 돼 왔다. 얼굴뿐 아니라 몸매도 좌우대칭인 이성에게 사람들은 더 매력을 느낀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하지만 우주 같은 거시세계와 분자 같은 미시세계를 들여다보는 과학자들은 비대칭에 주목한다. 생명의 근원이 비대칭에서 비롯됐을 거라는 추측에서다.

얼굴 대칭 미인의 조건

성형학에선 좌우대칭일 때 가장 아름다운 신체 부위로 얼굴을 꼽는다. ‘얼굴 대칭 미인’은 관자놀이 사이 거리와 광대뼈 사이 거리, 턱 사이 거리가 같다. 입술 바깥쪽 끝은 눈썹 안쪽 끝과 일치한다. 눈 사이 거리와 코의 너비, 좌우 눈 각각의 길이가 같은 것도 얼굴 대칭 미인의 조건이다.

얼굴이 이렇게 완벽한 대칭을 이루는 사람은 많지 않다. 유상욱 그랜드성형외과 원장은 “연예인들이 이목구비가 서로 다름에도 다들 예뻐 보이는 건 얼굴이 대칭이면서 전체 윤곽이 조화를 이루기 때문”이라며 “좌우 안면비대칭이 심하면 턱관절에 통증이 오는 등 장애가 생겨 수술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사람 몸도 전체적으로 좌우대칭이다. 우리 유전자가 그렇게 만들었다. 자세히 보면 양쪽 눈 크기나 손가락 발가락 모양 등이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이는 자궁 속이나 성장과정에서 겪은 환경요인 때문에 생긴 미세한 차이일 뿐이다.

유명한 예술가들은 인체뿐 아니라 건축물, 조형작품도 대칭으로 묘사했다. 윤민희 경희대 예술디자인대 교수는 지난해 한국연구재단의 창의연구논문상을 받은 논문에서 “예술작품 속 대칭구조는 시각적으로는 안정감과 균형감, 정서적으로는 편안함을 주면서 때론 권위를 표현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과학자들 역시 많은 자연의 법칙에서 대칭성을 찾았다. 예를 들어 눈 결정은 6각형으로 대칭을 이뤄야 전체 구조가 화학적으로 안정해진다.

프랑스 연구팀, 생명분자 비대칭 확인

언뜻 보면 세상이 대칭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 같다. 그러나 우주와 생명의 근본적인 시작은 비대칭에서부터였을 거라는 추측에 점점 힘이 실리고 있다.

최근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CNRS)와 국립우주연구소(CNES) 공동연구팀은 빛의 속도에 가깝게 고에너지 입자를 가속시키는 싱크로트론과 제논 가스필터, 자외선 등을 이용해 우주와 비슷한 환경을 만들었더니 생명체를 이루는 분자들이 L형과 D형 중 어느 한쪽이 과잉인 상태로 생겼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분자들은 대부분 L형과 D형의 두 가지 거울상으로 존재한다. 두 형태는 모양은 같아도 왼손과 오른손처럼 겹쳐지지 않는다. 또 물리적 성질은 모두 같고 빛을 어느 쪽으로 휘게 하는가만 다르다. L형은 왼쪽, D형은 오른쪽으로 휘게 한다. 실험실에서 분자를 화학적으로 합성하면 보통 L형과 D형인 반반 섞인 상태로 만들어진다. 하지만 희한하게도 생명체를 이루는 분자 중에선 이런 대칭성이 깨진 경우가 있다. 아미노산은 모두 L형, 당류는 D형이다.

이를 두고 과학자들은 두 가지 가설을 내놓았다. 하나는 초기 생명체가 원래 L형과 D형이 반반씩 섞인 혼합물로 이뤄져 있었는데, 오랜 시간에 걸쳐 진화하는 동안 물질마다 둘 중 한 형태를 갖게 됐다는 것이다. 다른 한 가설은 L형과 D형 중 한쪽이 과잉인 비대칭성이 생명체 등장 이전부터 존재했다고 설명한다. 생명체를 이루는 물질이 초기 우주에서 이미 한쪽 거울상 상태로 만들어졌을 거란 소리다. 프랑스의 이번 연구결과는 결국 두 번째 가설에 무게를 실어줬다.

두 번째 가설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하나 더 있다. 1969년 호주에 떨어진 운석이다. 이 운석에 들어 있는 4가지 아미노산을 분석했더니 L형이 D형보다 7% 이상 많았다. 우주를 떠돌던 유성체가 지구 대기 중으로 들어와 완전히 타버리지 못하고 지상으로 떨어진 게 운석이다. 우주에서 언젠가 아미노산이 ‘비대칭적으로’ 만들어졌을 거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우주가 대칭이었다면

우주 자체도 사실 비대칭이다. 1932년 미국 캘리포니아공대 연구팀이 우주 입자의 흐름인 우주선이 지구 대기와 부딪히면서 순간적으로 양전자가 생겼다 사라지는 현상을 포착했다. 양전자는 음의 전하를 갖는 전자와 물리적 성질은 같지만 전하가 반대다. 물리학자들은 전자를 입자, 양전자를 반입자라고 부른다.

지금 우주에는 입자가 대부분이고 반입자는 찾기 어렵다. 입자와 반입자가 만나면 빛과 많은 에너지를 내며 소멸되기 때문이다. 만약 우주 초기에 입자와 반입자가 반반 생겼다면 지금 우주는 빛으로만 가득 차 있을 게다. 그리고 생명도 탄생하지 못했을 게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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