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기름값과 통신요금을 가격인하의 '타깃'으로 삼았다. 단순히 물가안정에 대한 협조유도나 일시적 행정지도가 아닌, 가격구조를 낱낱이 뜯어보고 나아가 시장구조까지 바꿈으로써 서민생활과 직결된 이 두 가지 요금을 획기적으로 끌어내리겠다는 방침이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9일 열린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정유와 통신산업은 독과점 성격이 강한 만큼, 경쟁 확산을 위해 시장구조를 적극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 장관은 "우리나라 기름값의 세금비중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2개 회원국 가운데 19위로 낮은 반면 세전 휘발유 가격은 평균보다 13.2%나 높다"며 "가격결정의 투명성에 국민적 의구심이 있는 만큼 유통구조 개선방안을 심도 있게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통신요금에 대해서도 그는 "통신업체들이 생산성 향상에 비해 가격 인하는 미진했다"면서 "방송통신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 등이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대한 가격인가 방식을 재검토하는 등 가격경쟁촉진을 위한 제도개선방안을 연구해 달라"고 주문했다.
윤 장관은 이어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도 "유통과정에서 독과점 등 구조적 문제 때문에 물가가 더 오르는데 대표적 분야가 바로 기름값과 통신비"라며 "작년 통신3사가 3조6,000억원, 정유사는 3분기까지 2조3,000억원의 막대한 이익을 냈는데 이는 결국 소비자가 낸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국민의 통신 사용량이 엄청난데, 물건도 많이 사면 깎아주듯 통신도 오래 사용하는 만큼 가격을 낮춰줘야 하지 않겠냐"고 압박했다.
정부는 이에 따라 정유 및 통신업계를 대상으로 ▦요금결정에 독과점이나 담합적 요소는 없는지 ▦정부의 요금인가방식에 개선점은 없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살펴본 뒤 실질적인 요금인하를 유도할 계획이다.
한편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도 이날 유통업계의 높은 수수료 관행을 문제 삼으며 공세에 동참했다. 김 위원장은 백화점ㆍ대형마트 9곳의 대표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2분기 내에 백화점ㆍ대형마트의 판매수수료를 공개해 경쟁을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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