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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군사실무회담 결렬…점심 먹은 뒤 돌변한 北 '험악한 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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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군사실무회담 결렬…점심 먹은 뒤 돌변한 北 '험악한 퇴장'

입력
2011.02.09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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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측이 오후 들어 갑자기 돌변했다. 그리고 등을 돌렸다."

9일 이틀째 열린 남북 군사실무회담은 이렇게 끝났다. 점심을 겸한 전략회의를 마치고 오후 2시20분께 속개한 회담에서 북측은 작심한 듯 "천안함 사건은 미국이 조종한 모략극" "연평도 포격은 남측이 연평도를 도발의 근원지로 만들었기 때문"이라며 험한 말을 연이어 내뱉었다. 더 이상 회담할 뜻이 없다는 시위성 발언이었다.

이에 우리측은 격앙된 목소리로 "동족의 머리 위에 포탄을 발사해 민간인이 사망하고 막대한 재산피해를 발생케 해놓고 도발이 아니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질타했다. 그러자 북측은 "이제 더 이상 대화를 할 수 없겠다"면서 서류파일을 덮고 벌떡 일어나 자리를 박차고 회담장을 나섰다. 갑작스런 상황에 우리측도 뒤따라 회담장을 떠났다. 허망한 결렬이었다.

오전까지만 해도 회담 분위기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 북측 단장인 리선권 대좌(대령급)는 전날 "밤샘 토의라도 해서 결론을 내자"며 의욕을 보였고, 이날도 회담 건물에 들어서면서 우리측 대표단과 비교적 밝은 표정으로 반갑게 악수를 나눴다. 우리측 수석대표인 문상균 대령(국방부 북한정책과장)도 앞서 오전 7시30분께 서울 삼청동 남북회담본부를 나서면서 "어제 회담 분위기가 좋았다.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회담 타결에 대한 기대감을 보이기도 했다.

오전 10시께 회담이 시작됐다. 양측은 향후 고위급 군사회담에서 다룰 의제와 수석대표의 급을 놓고 밀고 당기기를 계속했다. 문 대령은 "정상적으로 서로간에 실무적인 얘기를 주고 받았다"고 말했다.

워낙 인식 차가 컸기에 이견을 쉽게 좁히지는 못했지만 전날과 마찬가지로 양측은 진지하게 임했고 회담은 차분하게 진행됐다. 북측이 한때 "남측 언론에 첫날 회담 내용이 왜 보도가 됐느냐"며 따지기도 했지만 금세 잦아들었고, 회담장 주변에서는 시간을 두고 신경전을 펼치다 적당한 선에서 합의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적지 않았다. 일부에서는 "회담이 장기화할 것에 대비해 저녁 도시락까지 미리 준비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오전 10시50분께 회담이 정회됐다. 북측 대표단은 전날과 마찬가지로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따로 점심을 먹었다. 하지만 다시 대화 테이블에 마주 앉은 북측은 오전과 판이하게 달랐다. 이들은 갑자기 언성을 높이더니 자기들의 주장만 속사포처럼 쏟아냈다. 그리고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회담장을 떠나 오후 2시50분께 MDL을 넘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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