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듯 예사롭지 않은 얼굴이다. 딱히 다부진 외모는 아니지만 강단 있어 보인다. 열여덟 나이에 아이를 낳자마자 잃은 슬픔을 삭이면서 살아온 '혜화, 동'(감독 민용근ㆍ17일 개봉)의 주인공 혜화는 그의 얼굴에 그대로 포개진다. 슬픔을 애써 드러내지 않아도 한과 서러움이 묻어나는 그의 연기는 오래도록 눈에 밟힌다. 2011년이 기억해야 할 독립영화 '혜화, 동'은 완성도의 많은 부분을 유다인의 존재감에 기댄다.
2005년 드라마 '건빵선생과 별사탕'의 학생 역할로 데뷔한 유다인은 대중들에겐 TV 광고로 더 잘 알려져 있다. 몇 년 전 방송된 캔커피 광고에서 "선배 나 열나는 것 같아"라는 대사를 던지는 여대생이 그다. 2009년 아침드라마 '청춘예찬'으로 주연 신고식을 치렀지만 드라마가 조기종영 되면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다. 그는 '혜화, 동'으로 지난해 서울독립영화제에서 독립스타상을 수상하며 독립영화계의 얼굴로 떠올랐다.
오래된 상처를 서로 다른 방식으로 치유해가는 두 남녀의 사연을 그린 '혜화, 동'은 그의 첫 영화 주연작이며 독립영화 첫 출연작이다. 대중들에겐 비주류 취급을 받는 독립영화지만 그는 "출연이 망설여지지 않았다"고 했다. 오히려 "시나리오를 보고 '이거 정말 하고 싶다'는 생각에 매일매일 기도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겨울 스쿠터를 타고 가는, 육체적으로 가장 힘든 장면을 찍으면서도 눈물이 날 정도로 행복했다"며 촬영 당시를 떠올리기도 했다.
그는 어려서부터 딱히 배우가 되고픈 욕심은 없었다. 서일대 연극영화과에 진학하고서도 연기를 업으로 삼을 생각은 하지 않았다. 첫 학기를 마무리 하는 공연이 전환점이었다. "객석에 앉은 아버지와 눈이 마주쳤는데 그 무뚝뚝한 분이 고개를 끄덕이시더라고요. 인정 받고 싶은 분한테 인정 받으니 연기를 해야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혜화, 동'이 영화계에 화제가 되면서 그는 하정우 장혁 주연의 법정영화 '의뢰인'에도 캐스팅됐다. 남편에게 살해된 여자 역할로 이야기의 주요 부분을 차지한다.
유다인은 "'혜화, 동'을 찍으며 많은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혜화, 동'으로 연기 인생의 새 도약대를 마련했지만 그는 "굳이 목표를 설정하지 않고 제 속도대로 주어진 일들을 열심히 해나가고 싶다"고 포부 아닌 포부를 밝혔다. "악 쓰고 유난 떨며 연기하고 싶진 않아요. '혜화, 동'을 촬영하면서 영화가 너무 좋아졌어요. 지금은 영화만 하고 싶어요."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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