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대국민연설을 통해 즉각 퇴진을 거부하고 군부가 후원자 역할을 자처하고 나서면서 그 막전막후의 상황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무바라크가 모든 예상을 뒤집고 9월 권력이양이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며 버티기로 일관한 것을 결국 고도의 계산된 의도였다는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와 관련, 무바라크는 민주화 시위의 향방을 결정지을 군부가 결국은 자신의 손을 들어줄 것으로 확신했거나 미리 교감했을 것으로 보는 분석이 설득력이 있다. 실제 군부는 이날 무바라크 개혁을 보증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무바라크가 연설에 앞서 군부와의 사전교감을 통해 자신에 대한 지지를 확인하고 강공으로 돌아었을 개연성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군부가 무바라크에 대해 절대적 지지를 보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군부는 무바라크가 당초 약속한 9월 순조로운 권력이양 작업이 이뤄지도록 보장하는 선까지만 무바라크를 엄호하는데 방점이 있다고 봐야 하기 때문이다. 군부의 이 같은 계획이 의도대로 진행될지도 현재로선 예단하기 어렵다. 이집트에서 군부가 이무리 실질 권력이라고 하지만 이미 불이 당겨진 반정부 민주화 시위를 입맛대로 좌지우지 할 것으로 보기는 어렵기 떄문이다.
어쨋든 무바라크 대통령은 군부에 의해 '명예로운 퇴진'의 길이 열리기는 했지만 그 과정이 순탄하리라는 보장을 없다. 무바라크 대통령은 오마르 술레이만 부통령에게 권력을 이양하겠다고 했지만 이집트 헌법에 따르면 대통령이 주요권한을 부통령에게 위임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결국 국회 및 정부 해산, 헌법위원회에 헌법개정요청권한은 여전히 무바라크의 손에 남아있게 된다. 즉 무바라크가 실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런 여건에서 무바라크 대통령의 즉각 퇴진 거부와 군부의 조건부 지지 입장표명이 반정부 민주화 시위를 누그러뜨리지 못하고 극한으로 치닫게 만드는 상황이 되면 무바라크 대통령의 단기적 군부 지지 확보는 오히려 명예로운 퇴진의 길이 아니라 완전한 몰락의 전주곡이 될 수도 있다.
한창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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