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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미션' 허위광고 논란 등 관람객 분노 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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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미션' 허위광고 논란 등 관람객 분노 폭발

입력
2011.02.08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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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공연티켓 예매 대행으로 수수료를 챙기는 인터파크(http://ticket.interpark.com)가 뮤지컬 '미션' 공연후기 게시판을 5일 급작스럽게 폐쇄하면서 네티즌의 반발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공연후기를 올렸다 삭제당한 한 네티즌은 '미션' 공식 홈페이지에 인터파크에 올렸던 후기를 다시 올린 뒤 "미션 관계자들과 인터파크에서 양심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고 비난했다. 뮤지컬 '미션' 공연장에서는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신생 기획사인 상상뮤지컬컴퍼니가 120억원의 제작비를 들여 만든 이 뮤지컬은 영화 '미션'이 원작으로 지난해 5월 제작비 부족 등을 이유로 개막을 연기한 끝에 이달 2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서막을 올렸다.

'넬라 판타지아의 원곡이 들려주는 감동의 서곡 _ 엔니오 모리코네의 초대형 뮤지컬'을 모토로 한 텔레비전 광고에는 영화음악의 거장 엔니오 모리코네가 멋지게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장면이 나온다.

하지만 6일 세종문화회관에는 엔니오 모리코네(작곡자)도, 그의 아들 안드레아 모리코네(음악감독)도 없었다. 오케스트라 역시 온데 간데 없다. '넬라 판타지아의 원곡인 '가브리엘 오보에'에 노랫말을 붙인 'A Simple Melody'를 비롯한 모리코네 부자의 노래 21곡은 녹음된 반주음악(MR·Music Recorded)에 맞춰 나오고 있었다.

광고에 등장한 엔니오 모리코네의 지휘 장면은 이 공연이 아닌 뮤지컬 '십계'의 지난 영상이다. 이에 대해서도 관람객을 우롱한 허위광고라는 비판이 인다. 최고 20만원의 표값을 치르고 인터파크에서 예매를 한 관람객 일부는 '사기'라며 반발하고 있다.

배우들의 연기력도 도마에 올랐다. 6일 공연에서 앙상블(주ㆍ조연 외 배우) 30여명의 합창은 립싱크로 처리됐고 여주인공이 높은 음역을 소화하지 못해 음이탈 하기도 했다. 40여명의 출연진 대부분이 해외공연 경험이 거의 없는 이탈리아 국내파 배우다. 한 관람객은 미션 공식 홈페이지에 남긴 후기에서 "가창력 없는 배우들, 극 진행도 뮤지컬이 아닌 연극인 줄 알았어요"라며 "환불해주세요"라고 했다.

인터파크가 공연후기 게시판을 폐쇄하며 드러낸 불통의 자세는 화를 더 키웠다. 제작사와 관람객 사이에서 공정한 중개자 역할을 해야 할 의무를 저버렸다는 비난이 일면서 파문은 오히려 확산됐다. 후기 내용을 본다면 표를 사지 않을까 두려워 정보통제를 하는 인터넷 권력 남용을 했다는 것이다. 한 관람객은 뮤지컬 '미션' 공식 사이트에 올린 글에서 "한국 관객이 호구인줄 아나.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들어 게시판을 폐쇄해?"라고 힐난했다.

이에 대해 인터파크 관계자는 "공연이 마음에 안 든다는 평가는 다른 곳에서도 할 수 있다"며 "예매 사이트의 공연 후기 게시판은 기획사 입장에서 홍보의 장"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미국 브로드웨이 뮤지컬에 길들여진 한국 관객의 지나친 알레르기 반응이라는 반론도 있다. 기획제작사 관계자는 "MR이나 립싱크라고 미리 말을 안 한 것은 실수"라면서도 "프랑스 뮤지컬인 '노틀담 드 파리'를 비롯한 유럽 뮤지컬은 원정공연 때 오케스트라를 대동하지 않고 MR로 대신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고 해명했다.

이탈리아 진출을 염두에 둔 이 공연은 브로드웨이 뮤지컬처럼 노래가 감정을 폭발적으로 나타내고 무대가 역동적이지는 않다. 하지만 오페라의 본고장인 이탈리아 감성의 서정적 음악과 한가지 감정에 집중하는 차분한 노래, 짜임새 있는 무대에 장점이 있다는 평가도 있다. 스타 마케팅에 의존하는 한국 뮤지컬의 한계를 넘어선 새로운 도전이자 실험이라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탈리아어 억양의 어색한 영어발음을 비롯한 배우들의 연기력 부족만큼은 이론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뮤지컬 평론가 원종원씨는 "대작 영화 '미션' 수준의 관객 기대에 반해 원주민 과라니 역을 맡은 배우들(앙상블)이 모두 이탈리아 인으로 연기 춤 말투가 어색했다"며 "노래 음악 무대를 어떻게 보완하느냐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배우가 캐릭터를 제대로 이해하고 관객을 동화시킬만한 진정성을 확보했는가이다"고 말했다.

김청환기자 ch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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