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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캡틴, 오 마이 캡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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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캡틴, 오 마이 캡틴!

입력
2011.02.08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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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Captain)은 사전적 의미로 배의 선장 또는 스포츠팀의 주장을 의미한다. 박주영(26ㆍAS 모나코)이 역대 최연소로 축구대표팀의 새로운 캡틴이 됐다. 속된 말로 주장 완장을 찬 것이다. 경력이나 실력은 물론 후배들을 이끌어 갈 수 있는 리더십이 캡틴의 덕목 중 첫 번째로 꼽힌다. 또 감독과 선수간 소통이 원활할 수 있도록 가교 역할도 해야 한다.

10일 새벽 터키와의 평가전에서 캡틴 데뷔전을 치른 박주영은 그라운드에서 감독의 지시사항을 전달하고 흥분한 선수들을 자제시키는 등 나름 역할을 다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처음 찬 완장의 부담 때문인지 플레이는 기대에 못 미쳤다.

박지성(30ㆍ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고질적인 부상 등을 이유로 태극 마크를 자진 반납함에 따라 박주영이 완장의 바통을 이어 받았다. 축구팬들은 당분간 축구대표팀 명단에 박지성의 이름이 빠져 있는 것을 보면 마음 한구석이 허전할 것이다.

역대 축구대표팀의 캡틴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장면이 하나 있다. 2002 한일월드컵 스페인과의 8강전에서 4강 진출을 확정 짓는 마지막 승부차기를 성공시킨 뒤 두 팔을 펼친 채 그라운드를 달리며 환하게 웃는 홍명보의 모습이다. 홍명보는 한국 축구의 영원한 캡틴이다.

조광래 대표팀 감독은 그라운드 위에서 박주영에게 플레잉 코치 역할을 주문하고 있다. 캡틴의 역할이 절실할 때는 이겼을 때 보다는 질 경우다. 승패를 다투는 스포츠 경기에서 패배는 다반사다. 그럴 경우 주장은 빠른 시간 내에 침체된 분위기를 추슬러 다음 경기에 대비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패배의 그림자가 다음 경기까지 영향을 미쳐 연패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훈련도, 경기도 솔선수범해야 한다. 박주영은 그라운드에 서 있기만 해도 동료들에게 든든한 믿음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존재감과 책임감도 캡틴의 중요한 덕목이다. 두뇌스포츠로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바둑을 보면 홍명보 같은 캡틴이 있다. 바로 '원조 신산' 이창호(36) 9단이다. 바둑은 기본적으로 개인전이지만 단체전으로 한국, 중국, 일본이 겨루는 국가대항전인 농심신라면배가 있다.

대부분 주장으로 참가한 이창호 9단은 책임감의 화신처럼 보인다. 5명씩의 정예 멤버가 출전하는데 이창호 9단은 5번째 주자로 주장을 맡아 절정의 무공을 자랑하며 우승으로 가는 마지막 길목을 책임져 왔다. 30대에 접어든 이창호 9단은 요즘 집중력 저하로 가끔 '깜박 수'를 두기도 하고, 국내에서는 후배 기사들에게 간간히 발목이 잡히기도 한다. 그러나 주장으로 나서는 농심신라면배에서는 승률이 90%에 육박한다. 후배들은 주장 이창호의 존재를 믿고 앞선 경기에서 가벼운 마음으로 대국에 임한다. 이창호 9단의 높은 승률은 기력도 기력이겠지만 주장으로서의 책임감이 아니면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대목이다. 한 시대를 풍미한 이창호 9단도 최근엔 세월의 흐름을 거스를 수 없는 듯 국내 랭킹이 떨어져 세계대회에 출전하기 위해서는 까마득한 후배들과 선발전을 치러야 하는 처지가 됐다. 랭킹으로 치면 1위 이세돌 9단이 우선이지만 이창호 9단은 누가 뭐래도 한국바둑의 영원한 주장이다.

초보 캡틴 박주영이 어떤 캡틴상(像)을 보여주며 헌신과 성실성을 바탕으로 친구 같은 캡틴 역할을 훌륭하게 완수한 박지성의 빈자리를 메울지 기대된다.

여동은 스포츠부장 deyu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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