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개헌 논의를 위해 소집한 의원총회 첫날, 주류인 친이계는 개헌 공론화를 위해 총공세에 나섰다. 반면 친박계는 침묵했다. 이를 두고 ‘무언의 항변’이란 얘기도 나오고 있다.
8일 국회에서 열린 개헌 의총엔 한나라당 소속 의원 171명 중 130명이 참석했다. 의원 참석률은 76%로 높은 편이었다. “친이계가 추진하는 개헌론이 정치권 안팎에서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어 참석률이 저조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지만, 의총이 흥행 면에선 어느 정도 성공한 셈이다. 그간 친이계의 개헌 주장에 ‘무대응 전략’으로 일관해 온 친박계 의원들도 전체 50여명 중 30명이나 참석했다.
하지만 이날 발언자로 나선 의원 22명은 모두 친이계 의원들이었다. 친박계 의원들은 4시간 가량 비공개로 진행된 의총 내내 한마디도 하지 않고 친이계 의원들의 주장을 듣기만 했다. 때문에 당 일각에선 “사실상 반쪽 의총 아니냐”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안형환 대변인은 “토론은 활발하게 이루어졌지만, 분위기가 격렬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발언자 중 20명은 “1987년 개헌 이후 23년이나 지났으니 시대 변화를 반영한 개헌은 당위”라고 개헌 찬성론을 폈다. 또 대부분의 의원들이 “개헌 논의 기구를 만들어 곧바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승덕 의원은 “구제역도 심각한데 무슨 개헌이냐고 하는 분들도 있는데, 그런 식이라면 우리나라에 소가 살아 있는 한 개헌하지 못할 것”이라며 ‘18대 국회에서 개헌하기엔 너무 늦었다’는 회의론을 반박했다. 김재경 의원은 “87년 개헌을 할 때도 두 달밖에 걸리지 않은 만큼 시간은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권력구조 개편과 관련해선 대통령의 권력을 분산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세였다. 박준선 의원은 “현행 대통령제 하에선 아무리 훌륭한 사람이 대통령이 돼도 조기 레임덕과 국정 혼란이 불가피하다”면서 “헌법이 ‘헌 법’이 된 이상 썩은 물과 공기를 바꾸듯 개헌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동규 의원은 “대선과 총선 시기를 맞추지 않으면 앞으로 누가 대통령이 돼도 일을 잘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정현 의원은 “차기 권력자는 권력 분산을 꺼려하기 때문에 개헌에 반대하는 측면이 있으니, 차기 대통령의 임기를 6년으로 연장하는 게 어떻겠느냐”는 ‘튀는’ 제안을 했다.
친이계이면서도 김문수 경기지사와 가까운 차명진 의원은 “개헌 목적이 불분명하고, 개헌을 추진하는 진정성도 의심스럽다”며 개헌 반대 입장을 밝혔다. 김 지사는 현시점의 개헌 추진에 대해선 반대하고 있다. 김성태 의원도 “지금은 민생을 최우선적으로 챙길 때”라고 개헌 반대론을 폈다.
이날 끝까지 의총장에 남은 의원은 50여명에 불과했다. 이에 김무성 원내대표는 “내일부터는 좀더 치열한 분위기 속에서 의총이 진행되기를 기대한다”고 쓴 소리를 했다. 의총은 9, 10일에도 열릴 예정이다. 이에 따라 친박계 의원들이 남은 이틀간 침묵을 깨고 발언할지, 또 당 지도부가 10일 당내 개헌 논의 기구 구성 문제를 표결 등을 통해 결정할지 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안상수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개헌 논의 기구 구성과 관련해 “사흘간 지켜 본 뒤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장재용기자 jjy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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