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마침내 비씨카드를 손에 넣었다. 맞수 SK텔레콤이 하나카드와 손잡고 하나SK카드를 설립(2009년)한 이후, 통신과 금융의 결합으론 두 번째다. 두 공룡통신사들의 신용카드업 진출로 통신시장과 카드시장 모두 대대적인 지각변동이 불가피해졌으며, 두 회사의 스마트폰 경쟁에 이은 '모바일카드 대전'도 더욱 흥미진진하게 됐다.
KT는 10일 이사회에서 ▦우리은행이 보유한 비씨카드 지분 중 20%와 ▦신한카드가 보유한 비씨카드 지분 중 13.85%를 인수하기로 의결했다. 이로써 KT는 이미 인수한 씨티은행의 비씨카드 지분 1.98%를 합쳐 35.83%를 확보, 변양호씨가 이끄는 보고펀드를 제치고 BC카드의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됐다.
왜 비씨카드인가
KT가 비씨카드를 인수한 가장 큰 이유는 모바일 결제에서 얻게 될 부가가치. 비씨카드는 통상적인 카드회사가 아니다. 신한카드 삼성카드 현대카드처럼 플라스틱카드를 발급해 신용(외상구매)를 공여하고 현금서비스나 카드론을 취급하는 일을 하지 않는다. 대신 카드사용망(네트워크) 등 인프라를 제공하고 결제를 대행하면서 수수료를 받는 수익구조를 갖고 있다. 일종의 지불결제 대행업체인 셈. 이는 SK텔레콤이 하나SK카드를 통해 직접 카드 발급에 따른 이익에도 관여하는 구조와는 다른 사업 모델이다.
실제로 KT가 비씨카드 지분을 무난하게 인수할 수 있었던 것도 이 같은 사업 구조를 제시했기 때문이다. KT관계자는 "우리은행과 신한카드, 씨티은행의 비씨카드 지분을 전량 인수하지 않고 조금씩 남겨 둔 것은 금융회사들이 카드발행 등 고유 업무를 그대로 맡겨 놓기 위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런 비즈니스 모델 덕분에 기존 금융사들의 반발을 무마하고, KT가 이석채 회장 취임 이후 1년6개월 동안 공을 들여온 카드사 인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는 것이다.
가능한 서비스는
KT는 비씨카드를 손에 넣으면서 광범위한 시너지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됐다. 개별카드사 아닌 네트워크회사를 인수했기 때문에, KT 통신가입자들은 비씨카드와 제휴를 맺고 있는 11개 기존 카드사의 서비스(마일리지적립 주유할인 등)를 한꺼번에 활용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또한 위성항법장치(GPS) 기능이 탑재된 KT스마트폰 사용자라면, 쇼핑시 언제 어디서나 할인쿠폰까지 모바일로 전송받아 결제하는 것도 가능하다. 여기에 비씨카드사와 제휴를 맺은 많은 은행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는 점도 KT가 비씨카드 인수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장점이다.
KT는 이와 관련, 14일부터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2011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행사에 참여, 모바일 결제 서비스를 시연할 예정이다. KT 관계자는 "이번 비씨카드 인수를 통해 고객 개개인의 상태와 특성에 맞춘 맞춤형 서비스를 할 수 있게 됐다"며 "모바일 금융 분야에서 신사업 발굴을 통해 새로운 고객가치를 창출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허재경기자 ricky@hk.co.kr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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