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로 장관 취임 2주년… 남덕우 이후 최장수 경제장관 유력글로벌 금융위기 극복 불구… 창의적 성과 없다는 비판도
윤증현(사진) 기획재정부 장관이 10일로 취임 2주년을 맞는다. 경제기획원-재정경제원-재정경제부-기획재정부로 이어지는 수석 경제부처 장관으론 보기 드문 롱런. 이미 최근 20년 사이 최장수 장관이 됐으며, 커다란 이변이 없는 한 '전설적인 장수장관'으로 꼽히는 남덕우 전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 이후 최장수 반열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7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외환위기 이후 경제팀 수장의 평균 재임기간은 13개월. 노무현 정부 시절엔 4명(김진표 이헌재 한덕수 권오규), 김대중 정부에선 5명(이규성 강봉균 이헌재 진념 전윤철), 김영삼 정부 시절엔 무려 7명(이경식 정재석 홍재형 나웅배 한승수 강경식 임창렬)이나 경제팀장이 바뀌었다.
윤 장관은 전임 강만수 장관으로부터 2009년2월 기획재정부 장관 자리를 물려 받았다. 현재까지 재임기간으로 볼 때 노태우 정부 시절의 최각규 전 부총리(2년)과 이미 타이를 이뤘으며, 당분간 개각요인이 없다고 봤을 때 전두환정부의 신병현 전 부총리 재임기록(2년3개월)도 넘어설 것이 확실해 보인다. 이렇게 되면 74년9월부터 78년12월까지 무려 4년3개월간 경제팀을 이끌었던 남덕우 전 부총리 이후 최장수 장관이 되는 셈이다.
과연 윤 장관의 롱런 비결은 뭘까. 사실 윤 장관은 MB정부 출번에 기여한 '개국공신'도 아니고, 오히려 지난 정권에서 장관(금융감독위원장)을 지낸 '핸디캡'까지 안고 있다. 그런데도 이렇게 장수하는 데에는 윤 장관에게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물론 운도 있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시절에 취임했던 탓에, 다시 말해 '더 나빠질 것이 없었던 타이밍'에 장관직을 맡았기 때문에, 재임 중 경제지표는 좋아질 수 밖에 없었고 이는 결국 그의 공으로 남게 됐다. 아울러 G20 정상회의 등 그를 유임시킬 수 밖에 없었던 특수요인도 있었다.
하지만 관가에선 윤 장관만의 장점으로 오랜 경륜, 그리고 '맏형' 리더십을 꼽는다. 산전수전 다 겪은 관록으로 경제정책을 적기에 추진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 적을 만들지 않는 포용적 리더십을 통해 국회나 타 부처와의 관계에서 원만하게 일을 끌고 갈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윤석헌 숭실대 교수는 "최근 물가 문제로 어려움은 겪고 있지만 그 동안의 성적을 감안하면 '상(上)'으로 평가할 만 하다"고 말했다.
반면 윤 장관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있다. "모든 정책을 청와대가 주도하면서 경제팀장으로서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위기극복엔 성공했지만 위기 이후 새로운 미래청사진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도 많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는 "위기 후 출구전략이나 경제체질 개선 같이 정작 중요한 과제들은 계속 뒤로 미루고 있는 인상"이라고 지적했다.
강석훈 성신여대교수는 "위기극복의 수장 역할은 훌륭했지만 경제의 미래를 밝히고 그에 맞는 정책을 제시하지 못한 점에선 아쉬움이 크다"며 "전문관료로서의 오랜 경륜을 바탕으로 최근 정치 논쟁으로 흐르는 무상복지 문제 등에 적절한 방향을 제시해 주길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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