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후 외환보유액 급증이 근거" 주장시장선 "美 원화절상 압력 신호탄" 우려도
미국 정부가 이례적으로 우리나라의 외환시장 개입을 강도 높게 지적, 파장이 일고 있다. 일각에선 미국의 원화절상압력이 개시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7일 외환당국에 따르면 미 재무부는 지난 4일(현지시간) 발표한 '세계 경제 및 환율정책' 보고서에서 "한국은행이 원화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하고 있다"며 "한국 경제의 강한 회복과 외환보유액 등을 감안할 때 한국은 환율 유연성을 더 높이고 개입을 줄일 여지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 재무부가 반기마다 의회에 제출하는 이 보고서는 다른 국가에 대해 무역보복이나 제재를 가할 때 근거로 사용되는 문건이다. 그 동안은 이 보고서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언급하느냐가 가장 큰 관심이었지만, 이번엔 한국의 외환정책을 이례적으로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보고서는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국의 외환보유액이 크게 늘어난 점을 외환시장 개입의 근거로 언급했다. 보고서는 "한국의 외환보유액이 2009년 2월 2,010억달러에서 지난해 12월 2,870억달러로 증가했다"면서 "이 기간 동안 늘어난 외환보유액은 860억달러이지만 실제 한국의 순 개입액은 한국투자공사(KIC) 이전분 등을 감안할 때 더 많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은에 따르면 보유액은 지난달 말 사상 최대 규모인 2,959억달러에 달했다.
보고서는 이어 "이 같은 개입의 배경에는 위기 동안 가파르고 급작스런 자본 유출을 경험한 이후 당국이 외환보유액을 더 많이 쌓아야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으로 보인다"면서도 "한국의 강한 경제 회복이나 외환보유액, 경상흑자 증가 등을 감안하면 환율 유연성을 높이고 개입을 줄일 여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7월 발행한 보고서에선 한국에 대해 '개입'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고 한국의 외환정책에 대한 평가도 전혀 담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한국은행이 개입한다"는 표현 외에, 개입을 줄일 필요가 있다는 평가까지 담았다.
이 같은 미 재무부 보고서에 대해 우리나라 외환당국은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2008년 이후 달라진 외환시장의 사정을 기술한 것일 뿐 특별히 압력을 넣은 것은 아니라고 본다"며 "지나친 자본 유출입에 따른 변동성을 줄이기 위한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 조정)'이 언급된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외환시장은 이번 보고서가 당국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미영 삼성선물 리서치팀장은 "2009년 보고서에서도 한국이 개입을 했다는 언급이 있었지만 당시는 사실을 기술하는 수준이었지 개입을 줄일 것을 권하지는 않았다"면서 "한국에 완곡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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