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의 루즈벨트' '위대한 소통자' '신자유주의와 불평등의 기원' 등 그 동안 찬사와 비판이 엇갈렸던 고(故) 로널드 레이건(사진) 전 미국 대통령에 대한 열풍이 미국에서 거세게 불고 있다.
레이건 탄생 100주년 기념일인 6일(현지시간) 미국에서는 그가 태어난 일리노이주 탐피코에서부터, 영면한 캘리포니아주 시미밸리에 이르기까지 곳곳에서 대대적 추모 행사가 열리는 한편, 대선 후보들은 저마다 '레이건 적통'을 자처하고 나섰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날 캘리포니아 시미밸리 레이건도서관에서는 부인 낸시(89) 여사와 제임스 베이커 전 국무장관 등 레이건 행정부 당시 각료들이 참석한 가운데 추모행사가 열렸다. 해병대원의 부축을 받은 낸시 여사는 "로니(레이건 전 대통령의 애칭)가 살아 있었다면 여러분이 100번째 생일을 기념하러 온 데 대해 황홀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록밴드 비치보이스가 공연을 했고,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에서 출격한 F-18 전투기의 추모비행이 있었다.
워싱턴포스트와 CNN방송 등은 특집기사를 통해 레이건 전 대통령을 미 근대사에서 가장 위대한 대통령 중 한 명으로 꼽았다. CNN의 조사 결과 레이건 전 대통령은 최근 50년 사이 존 F 케네디, 빌 클린턴에 이어 세 번째로 인기 있는 대통령에 선정되기도 했다.
특히 공화당은 2012년 대선에서 정권재탈환을 꿈꾸며 '레이건 마케팅'에 열중하고 있다. 공화당 전국위원회는 지지자들에게 '레이건에게 생일카드 보내기' 행사를 벌여 정치자금 모금에 나섰다. 특히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은 레이건 화보집을 제작하는 등 '레이건 정신' 전파에 앞장서고 있고, 세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도 영화배우 출신이라는 이유로 한때 평가절하됐던 레이건 전 대통령과 자신이 닮은 꼴임을 내비쳤다.
또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최근 연설과 칼럼 등에서 "레이건 정신은 살아있다"고 강변했고, 팀 폴렌티 전 미네소타 주지사는 회고록에서 "레이건 정신이 자신의 정치철학에 영감을 줬다"고 말하기도 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까지도 지난해 11월 중간선거 패배 이후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궤적을 바꿔놓은 대통령"이라며 레이건의 유산에 기대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레이건 전 대통령에 대한 과대평가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1950년~1970년 미국의 복지국가 패러다임을 폐기하고, 노조를 탄압하면서 미국의 불평등을 심화시켰다는 것. 또 '작은 정부'와 세금 감면 등 공급중시 경제학파의 정책들이 실제 당시 경기침체를 해결하는 데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주장도 여전하다. 이 때문에 워싱턴포스트는 "레이건은 공화당에 영감인 동시에 장애"라며 1980년대 공화당의 정책을 현재 상황에 적용할 수는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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