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는 사람다움을 '인'(仁)이라 했다. "사람이 사람이라고 다 사람이냐, 사람이 사람다워야 사람이지"라는 말이 있듯이 사람처럼 생겼지만 사람 노릇을 해야 사람이라는 뜻이다.
'인'의 용례는 공자 이전부터 있어 왔다. 과 에 나오는 '인'은 '남자답다''씩씩하다''우렁차다'라는 위인(偉人)의 풍모를 의미했다. 당시는 제왕(帝王)을 성인(聖人)이라고 했듯이 '인'도 제왕의 풍모와 치인(治人)을 의미했다.
공자에 이르면 '인'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춘추시대에 이르러 주(周)나라의 예법이 무너지고 제후들 간에 약육강식(弱肉强食)의 정국이 벌어지자 이를 바로잡기 위해 그들에게 '인'을 실현하라고 역설했다. 그때의 '인'은 수기안인(修己安人)이다. 공자는 치자들에게 공동체의 위기를 극복하려면 권력남용을 버리고 내 마음을 닦아 사람들을 편안하게 해야 한다고 했다.
공자는 먼저 가족을 제대로 사랑하지 않고는 가족 아닌 사람을 사랑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물론 공자가 가족이 아닌 사람을 사랑하지 말라고 한 적은 없다. 서(恕)가 그런 의미이다. 자기를 미루어 남에게 미치며(推己及人), 자기가 하기 싫은 것을 남에게 시키지 말라(己所不欲 勿施於人)고도 했다. 가족부터, 남을 거쳐 사물에 사랑이 미치게 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묵자(墨子)는 공자식의 사랑이 갈등의 씨앗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번지(樊遲)가 '인'을 물었을 때 공자는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이는 '인'의 고전적 의미이기도 하다. 그런데 묵자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오히려 편을 가르고 자기 편만을 소중하게 여겨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는 사람도 '내 자식''내 부모'처럼 편을 가르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사랑도 편애(偏愛)를 의미한다는 것이다. 가족은 '내 편', 가족 아닌 사람은 '남의 편'으로 가르는 것이다.
그래서 갈등이 생기고 싸움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사랑한다'는 말이 '위해준다'는 말도 되지만 '간섭한다' '집착한다'는 말도 된다는 것이다. 묵자는 편을 나누는 사랑을 '별애'(別愛)라 하고, 편을 나누지 않는 사랑을 '겸애'(兼愛)라 했다. 묵자는 '별애'를 버리고 인류의 보편적 사랑인 '겸애'를 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바람직한 사랑을 하려면 보편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묵자의 겸애사상은 공자의 '인'의 문제점을 드러내 준 것으로 후에 맹자가 "제일 먼저 가족과 친하고 그 다음에 주위 사람을 사랑하고 궁극적으로 모든 생물을 돌본다"(親親而仁民 仁民而愛物)는 반론을 제기하게 했고, 한유(韓愈)가 '인'을 '박애'(博愛)로 재해석하는 길을 열어 주었다. 묵자는 사랑이 보편에서 출발하지 않으면 오히려 그 사랑이 개인과 공동체를 구원하지 못하고 무한경쟁으로 빠져들 위험이 있다고 보았다. 이러한 논쟁 속에서 공자의 '인' 사상은 한 걸음 발전하게 된 것이다.
한국역사문화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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