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메달 3개를 목에 걸고 7일 귀국한 이승훈(23ㆍ한국체대)은 제대로 쉴 틈도 없이 다시 비행기에 올라야 한다. 월드컵 시리즈 출전을 위해 12일 미국 솔트레이크시티로 떠난다. 이후에는 다음달 초 네덜란드 헤렌벤으로 날아가 월드컵 파이널을 치른 뒤 곧바로 독일 인젤에서 열리는 종목별 세계선수권대회에 나선다.
이승훈은 6일 끝난 제7회 아스타나-알마티(카자흐스탄) 동계아시안게임 스피드스케이팅 장거리에서 금메달 3개(5,000m, 매스 스타트, 1만m)와 은메달 1개(팀 추월)를 쓸어 담았다. 지난해 2월 밴쿠버동계올림픽 1만m 금메달과 5,000m 은메달로 세계를 놀라게 한 데 이어 다시 한번 장거리 강자로서 이름 석자를 단단히 각인시킨 것이다. 밴쿠버올림픽 이후 유명세를 치르느라 주위의 걱정이 없지 않았지만, 이승훈은 조금의 흔들림도 없었다.
이승훈은 7일 "대회 전부터 5,000m와 1만m는 금메달이 확실하다고들 얘기해 당연히 부담이 됐지만, 그냥 마음 편하게 탔다"면서 "밴쿠버 후유증은 전혀 없었다"고 했다. "각종 인터뷰에 화보 촬영하고 방송 출연하고 해도 운동 스케줄은 꼭 지켰기 때문에 지장을 받은 건 전혀 없었다"는 것. "올림픽 이후 주위에서 나를 굉장히 조심스러워하더라"고 돌아본 이승훈은 "그래도 관계없이 따끔하게 얘기해준 분들 덕에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다"고 했다.
거침없는 이승훈의 다음 목표는 세계신기록 작성이다. 현재 5,000m(6분03초32)와 1만m(12분41초69) 세계기록은 전부 스벤 크라머(25ㆍ네덜란드)가 갖고 있다. 밴쿠버올림픽에서 이승훈에 앞서 5,000m 금메달을 따고, 1만m에서는 실격돼 이승훈에게 금메달을 내준 크라머다. 이승훈의 5,000m와 1만m 개인 최고기록은 각각 6분14초67과 12분58초55. 크라머와의 기록차가 10초 이상이지만, 장거리에서는 그리 큰 격차도 아니다.
이승훈은 "크라머의 근황은 틈틈이 챙기고 있다. 크라머가 올시즌을 아예 접었기 때문에 2011~12시즌에나 만날 것 같다. 결국 목표는 크라머를 꺾고 세계신기록을 세우는 것"이라고 했다. "최종 목표를 향해 차근차근 밟아가야죠. 그러려면 3월 열리는 종목별 선수권부터 잘해야 돼요. 쉽지는 않겠지만, 2관왕에 올라야겠죠?"
양준호기자 pir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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