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그룹 맏며느리가 남편이 경영권을 승계받지 못할 것을 우려해 경쟁자인 가족의 불륜관계를 뒷조사하고 개인 정보를 빼내다가 덜미를 잡혔다.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 이기석)는 7일 중견 그룹 H사의 맏며느리 이모(49)씨를손아래 동서, 시누이 남편 명의의 인터넷 개인 정보를 불법 취득한 혐의(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 위반 등)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씨의 부탁을 받고 개인 정보를 빼낸 심부름센터 대표 김모(37)씨와 이를 이씨에게 전달한 세무회계법인 사무장 백모(55)씨, 타인의 금융거래 내역을 이씨에게 불법 제공한 은행 직원 원모(32)씨도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H사 창업주 C(80) 회장의 맏며느리인 이씨는 남편이 시동생 등과의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C회장의 신임을 얻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 경쟁자 측의 불륜관계 등 약점을 캐내 C회장에게 알리기로 마음 먹고 범행을 계획했다. 이씨는 2009년 10월 유력 경쟁자인 시동생의 부인 A씨와 C회장의 둘째사위 B씨의 불륜관계나 일과, 금융거래 내역 등을 조사해 달라고 백씨에게 부탁했다.
부산에서 심부름센터를 운영하는 김씨는 백씨의 의뢰를 받고 A, B씨의 인터넷 포털사이트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아낸 뒤 이들이 가입한 인터넷 사이트 25곳에 불법 접속하고 관련 정보를 담은 USB를 백씨를 통해 이씨에게 전달했다.
이씨는 또 2009년 10월 서울 서대문구의 한 시중은행 VIP담당 직원 원씨로부터 C회장등 가족 6명의 예금계좌 내역과 금융거래 정보를 불법 제공받는 등 같은 해 12월까지 17회에 걸쳐 원씨에게 금융정보 제공을 요구했다.
이씨의 범행은 일 처리가 마음에 안 든다며 이씨로부터 환불을 요구받은 심부름센터가 B씨 측에 폭로하면서 알려졌고, 이를 전해 들은 C회장은 이씨를 검찰에 고발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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