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금류 541만 마리가 살처분되는 피해를 낳은 조류인플루엔자(AI)는 철새에 의해 최초 발생한 뒤, 사료차량과 사람의 이동에 따라 전국적으로 확산된 것으로 나타났다. 구제역에 이어 AI도 결국은 인재(人災)였던 셈이다.
7일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은 AI 역학조사 중간결과 발표를 통해 "야생조류에서 분리된 바이러스와 국내 AI 발생농장에서 확인된 바이러스가 동일한 그룹인 것으로 확인됐다"며 "고병원성 AI 바이러스가 철새를 통해 유입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검역원은 지난해 12월 29일부터 지금까지 발생한 AI 40건 중 22건이 직간접적으로 철새와 관련되어 있다고 밝혔다. 닭과 오리가 바이러스에 감염된 철새의 배설물이 묻은 음식물을 섭취했거나, 철새와 직접 접촉해서 AI가 전염됐다는 것. 그리고 나머지 18건은 ▦사료ㆍ왕겨 차량이 여러 농장을 출입하며 바이러스를 퍼뜨렸거나 ▦농장 관계자들이 바이러스에 오염된 계근사업소(가축 무게를 측정하는 곳)을 방문한 경우 ▦농장주가 다른 오염 농장을 찾아가는 등 인적ㆍ물적 이동에 의해 발생했다.
한편 그 동안 구제역 청정지역으로 남아있던 부산에서도 이날 처음으로 구제역이 발생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전날 사하구 장림동 돼지농가에서 접수된 구제역 의심신고가 양성으로 확진됐다고 밝혔다. 이 농가는 지난달 구제역이 발생한 경남 김해시 돼지 농가를 드나든 가축 이동 차량을 이용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구제역으로 피해를 입은 축산 관련 업체와 영세사업자들의 경영난을 덜어주기 위해 특례보증을 지원해 주기로 했다. 구제역으로 매출이 감소한 육류가공업체와 포장업체 등은 신용보증기금에서 ▦최대 1억원 한도로 ▦90%의 보증비율과 ▦0.2% 포인트 낮은 보증료(현재 0.5~3.0%)를 적용받게 된다. 또 소상공인들은 지역신용보증에서 1,000억원의 보증을 지원받을 수 있고, 중소기업청 소상공인 정책자금 500억원을 연리 3.75%에 빌릴 수 있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