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금 통신료가 도마에 올랐다. 지나치게 높은 통신료, 특히 이동통신 이용료가 서민들의 가계 지출을 압박한다는 것이 정부의 시각이다. 통신비가 서민들의 가계 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8%로 전셋값 다음으로 높다는 것.
정부가 문제 삼은 요금 구조 검토란 통신료의 원가가 얼마이며, 통신업체들이 어느 정도 이윤을 취하는 지를 따져보겠다는 뜻이다. 과연 이동통신료의 원가는 얼마일까. 지금까지 통신업체들은 기업비밀을 이유로 한 번도 원가를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통신정책을 주관하는 방송통신위원회는 알고 있다. 이동통신 1위업체인 SK텔레콤과 유선통신 1위업체인 KT가 새로운 요금제를 만들면 방통위에 승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가격 구조, 즉 원가가 제시된다. 그러나 방통위 역시 통신업체들의 기업비밀 보호를 위해 원가를 밝히지 않고 있다. 그렇다보니 매년 통신료 인하 공방이 되풀이 되고 있다.
투명하지 않은 상황에서 원가를 따지기 힘들지만 업체들 의견을 종합해 보면 통신료 원가는 투자비, 운영비, 인건비, 마케팅비 등 크게 4가지로 구성된다. 투자비는 4세대 이동통신을 위한 준비나 새로 기지국을 설치하는 비용 등을 말하며, 운영비는 기존에 설치한 망을 유지보수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이고 마케팅비는 요금제 홍보나 휴대폰 보조금 등이다. 업체마다 차이는 있지만 이 같은 비용, 즉 원가가 대략 요금의 70%를 차지한다. 나머지 30%가 통신업체들의 이윤이라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실제로 통신업계에서는 법인세, 이자, 감가상각비 차감 전 이익을 뜻하는 EBITDA를 이윤으로 보는데, SK텔레콤의 경우 2008년 EBITDA가 34%였다. SK텔레콤 관계자는 "한국 통신업체들은 낮은 편"이라며 "해외 통신업체들의 EBITDA는 더 높아서 같은 해 프랑스텔레콤은 40.3%, 일본 NTT도코모 47.2%, 미국 AT&T는 38%"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재정부 입장에서는 이윤이나 원가를 낮춰 통신비를 인하하는 방안을 찾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통신업체들은 통신료를 낮추려면 원가를 낮추거나 이윤을 더 줄여야 하는데 당장 7월 이후 실시하는 4세대 이동통신 등 신규 투자 때문에 어렵다는 주장이다. 모 통신업체 관계자는 "월 기본료 1,000원을 낮추면 이용자 입장에서는 미미하지만 통신업체는 수백억원, 연간 수천억원의 매출이 줄어 타격이 크다"며 "결국 차세대 서비스를 위한 투자는 전혀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통신시장을 바라보는 시각도 다르다. 정부와 업체는 물론이고 심지어 정부 부처끼리도 다르다. 기획재정부는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의 3사 경쟁구도로는 미흡하다고 보고 있다. 반면 방통위는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통신시장은 워낙 경쟁이 치열해 끊임없이 저가 요금경쟁이 벌어지는 시장"이라는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굳이 경쟁구도를 강화하려면 가상통신망업체(MVNO)를 늘리는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보니 통신료 인하에 대한 입장도 부처간에 불협화음이 일고 있다. 재정부 관계자는 "지난달 물가안정대책 발표 때 방통위가 내놓은 무료 음성통화량을 20분 더 늘려주는 방안으로는 미흡하다"며 '더 내놓으라'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에 대해 방통위 관계자는 "지금 통신료가 이통사에서 지나치게 폭리를 취하는 구조로 보지 않는다"며 "가격은 사업자가 결정해야 할 사항이므로 정부가 개입할 여지가 없다"고 못을 박았다.
업체들도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모 통신업체 관계자는"정부에서 요구할 때마다 수동적으로 내리면 되기 때문에 오히려 정부가 담합을 요구하는 꼴이 된다"고 반발했다.
결국 정부에서 어떤 조치를 통해 통신료를 더 끌어내릴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정부에서 통신료 인하를 위해 쓸 수 있는 카드가 제한적이어서 효과가 의문시된다.
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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