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는 매주 월, 수, 금요일이 '헬기 셔틀'의 날이다. 이 날은 휴대폰 연구개발자들이 헬리콥터를 타고 서울과 경기 평택 사업장을 오갈 수 있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LG전자, LG이노텍 등 LG그룹의 정보기술(IT) 계열사들이 올 들어 연구개발(R&D) 인력을 우대하기 위한 특별한 방침을 속속 내놓고 있다.
LG전자는 헬기를 직원들의 이동수단으로 내놓았다. LG전자의 휴대폰 사업을 총괄하는 박종석 MC사업본부장(부사장)은 개발자들이 서울 가산동 휴대폰 연구소와 경기 평택의 휴대폰 공장을 오가는 시간을 아낄 수 있도록 헬기를 내달라고 요청했고,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이 흔쾌히 동의하면서 헬기 셔틀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LG전자의 휴대폰 개발자들은 지난달 말부터 직급에 상관없이 누구나 사전 신청하면 헬기를 탈 수 있다. 헬기를 이용하면 평소 1시간 이상 걸리는 거리를 10분 만에 이동할 수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헬기가 서울과 평택을 월, 금요일 오전, 오후 2차례씩, 수요일은 오전에 1차례 왕복한다"며 "6인승 헬기가 항상 꽉 찰 정도로 이용률이 높다"고 말했다.
LG전자가 개발자들에게 헬기를 내놓은 것은 이동에 걸리는 시간을 그만큼 R&D에 투자하라는 뜻이다. 실제로 휴대폰 개발자들은 헬기를 단순 인력 이동뿐 아니라 시제품이나 개발 소재 등을 실어 나르는데 주로 이용한다. LG전자 관계자는 "휴대폰 사업은 연구소와 공장이 긴밀하게 협력해야 한다"며 "헬기 이용 후 각종 사안처리가 빨라져서 만족도가 높다"고 강조했다.
발광다이오드(LED), 디지털 카메라모듈 등을 개발하는 LG이노텍도 R&D 부문 연구위원들이 해외 출장시 비행기 좌석을 이코노미석 요금의 2배인 비즈니스석을 이용하도록 하고 있다. 연구위원은 부장 직급이지만 임원에 준하는 대우를 받는 R&D 부문에만 있는 특별직이다.
LCD 개발업체인 LG디스플레이는 우수한 개발자를 미리 확보하는 차원에서 올 들어 엘지니어스라는 특별한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엘지니어스는 국내 대학과 협약을 맺고 이공대생들을 추천하면 이중에서 선발해 2~3일 동안 숙식을 하며 LG디스플레이 개발자들이 진로에 도움을 주는 프로그램이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이 가운데 일부는 채용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호응이 좋다"며 "연중 프로그램으로 진행하며 이달 중 두 번째 캠프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LG그룹의 IT 계열사들이 개발인력을 우대하는 것은 기술이 곧 경쟁력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특히 구본무 LG 회장이 신년사를 통해 "고객 가치 혁신을 위해 품질에 최선을 다하라"는 주문을 하면서 기술개발에 더욱 힘을 쏟고 있다. LG 계열사 관계자는 "지난해 스마트폰 대응이 늦어지는 등 일부 문제점이 지적되면서 기술 개발을 강화하는 분위기"라며 "그럴려면 개발인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일련의 우대 조치들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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