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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상종목 "메달 박스라 불러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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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상종목 "메달 박스라 불러줘"

입력
2011.02.06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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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상 종목은 굵직한 국제대회에서 언제나 그늘 신세였다. 지난해 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 종합 5위의 눈부신 성적을 올릴 때도 공신은 죄다 빙상 종목이었다. 스피드스케이팅과 피겨, 쇼트트랙이 잇따른 승전고를 울리는 사이 설상 종목은 결선 진출에 사활을 걸어야 했다.

그나마 결선에 오른 종목도 몇 안됐다. 높기만 한 세계의 벽을 실감할 따름이었다. 무대를 아시아로 좁혀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간간이 나오는 메달 소식은 빙상에서의 금메달 퍼레이드에 묻힐 수밖에 없었다.

이같이 웅크리는 데에만 익숙했던 설상 종목은 2011 아스타나-알마티 동계아시안게임을 계기로 당당히 어깨를 폈다. 한국 선수단은 이번 대회 설상 종목에서 금메달 4개, 은메달 2개, 동메달 7개로 한바탕 잔치를 벌였다. 알파인 스키는 금메달 3개, 은메달 1개, 동메달 3개를 따면서 역대 원정 대회 사상 최고 성적을 올렸다. 1999년 강원 대회에서 금메달 3개를 따내긴 했지만, 원정에서는 금메달 1개가 종전 최고 성적이었다.

'설원의 마라톤'이라 불리는 크로스 컨트리에서도 금메달 1개, 동메달 2개로 예상 못한 희소식을 알렸다. 이채원(하이원)이 여자 10㎞ 프리스타일에서 사상 첫 금메달로 물꼬를 텄고, 남자 계주는 동메달을 획득했다. 1996년 하얼빈 대회 이후 15년 만의 남자 크로스 컨트리 메달이었다. 기대를 걸었던 스키점프가 동메달 1개에 그쳐 아쉬움을 남겼지만, 한국 설상으로서는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한 대회였다.

수영의 박태환, 피겨의 김연아 등 불가능으로만 여겼던 종목들에서 차례로 장벽을 허문 한국 스포츠는 설상 종목에서의 경쟁력 확인으로 또 다른 희망을 캐냈다. 물론 세계 수준과의 격차는 여전히 크지만, 아시아에서의 확실한 자신감은 더 큰 도전에의 동기부여로 모자람이 없다. 이번 대회에서 설상 종목이 이끌어낸 개가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에도 보이지 않는 큰 힘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양준호기자 pir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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