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합격의 기쁨은 불꽃처럼 터진다. 인생의 목표를 달성한 듯! 그러나 불꽃놀이는 오래 가지 못한다. 대학도 목표가 아니다. 많은 가정에게 대학의 실체는 등록금 고지서와 함께 드러나기 시작한다. 빚을 내거나 학자금 대출을 받아야 하거나, 혹은 '억지로 기꺼이' 감당해야 한다. 이 와중에 라는 책이 출간되었다. 제목이 조금 자극적이기는 하지만, 등록금이 거의 미친 수준에 이른 것도 사실일 터.
책은 '반값 등록금'이, 의지만 있으면, 당장이라도 가능하다고 말한다. 모든 대학의 등록금을 정부가 해결해야 한다고 기염을 토한다. 사립대의 비율이 높으니 사립대 등록금이 상대적으로 더 큰 문제인 건 사실이다. 그래서 사립대 재정의 50% 이상을 정부가 지원하자고 말한다. 그러면 정부가 등록금을 내릴 수 있다는 것. 그러나 과연 이것이 가능하거나 혹은 필요한 정책일까?
국립은 반값이 가능하겠지만
나는 '반값 등록금' 자체가 불가능하다고는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모든 대학의 등록금을 반값으로 한다? 내가 보기에, 국립대학의 등록금은 반 정도로 내릴 수 있다. 정부가 재정 지원을 늘리면 그 정도는 얼마든지 가능하다(그러나 진보신당이 몇 년 전부터 내걸고 있는 '국립대 무상교육'은 현실성이 떨어진다). 그렇게만 해도, 공공성은 크게 확보될 것이다. 현재 한국대학의 등록금 수입비율은 69%로, 미국의 34%보다 2배 이상 높고, 국고보조금 비율은 4%로 미국의 17%에 비교해 4분의1밖에 안 된다. 최소한 미국만큼 높이는 일은 가능하기도 하고 또 필요하다.
그렇다면 사립대학에도 그것이 가능할까? 우선, 재정적으로 과연 사학에 그렇게 지원을 할 재정 여유가 있느냐는 물음. 사립대 비율이 87%에 이르니 재정 부담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엄청난 정치적 타협이나 싸움이 요구될 것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문제가 있다. 대학에 대해 사적 재산권을 요구하는 사학 재단에 왜 국가가 예산을 쏟아 부어야 할까? 사학의 비율이 이렇게 높은 구조는 개탄할 만하지만, 60년 동안 지속한 역사가 쉽게 바뀌지 않으리라는 것도 인정해야 할 듯하다.
등록금 문제에서 국립대와 사립대는 분리해야 할 듯하다. 국립이 아닌 사립대학은 일정하게 시장에 맡겨두자. 국립은 지금보다 많이 싸게 하되, 사립대학들은 시장에서 합리적으로 경쟁하도록 하자. 다만 사학재단들이 전입금을 지금보다 많이 부담하게 하고 재정을 투명하게 집행하도록 정부가 감독할 필요는 있다.
진보적 이념만을 강조하는 사람들이 등록금 문제에서 놓치는 큰 문제가 있다. 대학진학률이 85%에 이른 상황에서, 곧 다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보다 진학률이 거의 2배인 상황에서 정부가 모든 대학생의 등록금을 크게 지원할 여력이 있을까? 등록금을 아주 낮게 유지했던 유럽 국가들도 어쩔 수없이 올리는 형국 아닌가?
그러므로 일단 국립대 정도만 가능하다고 생각해야 한다. 동시에 장기적으로 대학진학률이 떨어지도록 연착륙을 유도해야 한다. 그것이 해결되지 않는 한, 등록금문제도 해결하기 어렵다. 낮은 출산율이 앞으로 10년 더 계속되면 대학진학률은 어쩔 수 없이 떨어질 것이다. 그러나 세월이 가기만을 기다릴 수는 없고,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사람들의 사회적 행위가 바뀌도록 유도하는 일이 남았다.
정부가 할 일은 대학 구조조정
많은 직업에서 대학교육이 필요하지 않은데도 다수가 대학에 진학하고 있다. '미친 등록금' 이전에, '미친 대학진학률'이 있는 셈이다. 사립대학에 쓸 예산으로, 고등학교 직업교육의 수준을 높이고 다양하게 만드는 게 낫다. 부모들도 무조건 자녀를 대학에 보내려는 강박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러면 지방사립대학들은 위기를 맞지 않을까? 자율성을 요구한 사립대학들의 존재는 시장에 맡기거나, 혹은 국립으로 구조조정하는 일이 남을 것이다. 그런 대책을 세우는 것이 정부가 할 일이다.
김진석 인하대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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