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서울 여의도동 증권거래소 현대차 실적 발표장. 사상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 으로 들뜬 듯 하더니 올해 해외 시장 전망이 나오자 분위기가 돌변했다. 미국 등 선진시장은 성장세를 이어 갈 것으로 예상됐지만 중국 등 신흥시장 상황이 만만치 않다는 것. 판매 증가세가 반토막이 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다. 이날 이원희 현대차 재경본부장(전무)은 "올해는 중국 정부의 긴축정책 등으로 판매증가율이 전년 34%보다 줄어든 14%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현대ㆍ기아차의 신흥시장 공략에 황색등이 켜졌다. 최대 신흥시장인 인도와 중국 당국이 각각 유가와 소형차 구매 정책을 변경한 탓이다. 때문에 현대ㆍ기아차는 이들 지역에서 올해는 무리한 판매 경쟁보다 브랜드 인지도 향상과 중형차 공략에 힘쓴다는 조심스러운 전략을 취할 계획이다.
지난달 31일 인도자동차공업협회(SIAM)에 따르면 지난해 인도 자동차 시장은 마루티-스즈키(점유율 48.6%) 현대차(19.1%), 타타(13.4%)가 3강 구도를 형성했다. 현대차는 인도 내수 35만6,000여대(전년 대비 약23% 증가)로 성장세를 이어갔고 인도 공장에서 생산한 i10 등을 유럽과 중동으로 24만5,00여대나 수출했다.
하지만 올해는 사정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의 고전과 타타의 약진이 예상된다는 게 현지 관측이다. 인도 당국이 최근 휘발유에 대한 유가 보조금을 없애기로 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기름값이 저렴해진 디젤차량에 대한 수요가 늘어, 현재 25%정도인 전체 판매 차량 중 디젤 차량 비율이 2년 안에 35%까지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현대차는 인도 현지에서 디젤 엔진을 생산하고 있지 않다. 현지 디젤 엔진 생산업체에 비해 가격경쟁력에서 불리할 수 밖에 없다. 현대차는 최근에야 투자의향서를 제출하고 2013년 인도 타밀라두주에 연산 15만대 규모의 디젤엔진 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 초저가차 나노로 유명한 인도의 타타, 마루티-스즈키는 모두 자체적으로 디젤 엔진을 생산하고 있다. 특히 타타는 인도 디젤 차량의 절대 강자다. 지난해 타타가 판매한 25만대 중 20만대 가량이 디젤 엔진을 달았다. 게다가 올해부터 연산 25만대 규모 공장을 추가로 가동하고 있다. 여기에 디젤기술에 강점을 가진 독일 폴크스바겐도 올해 인도 시장에 뛰어 든다.
중국에서도 올해부터 소형차(1,600㏄ 이하)구매 인센티브가 폐지돼 현대차의 중국형 아반떼(현지명 위에둥) 판매에 비상이 걸렸다. 이 차는 중국 1,600㏄급 베스트셀링카로 최근 7년간 중국에서만 100만대 이상 팔리며 현대ㆍ기아차의 약진에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이같은 신흥시장의 환경 변화에 따라 현대차는 올해 판매 목표를 중국 내수 72만대(지난해 약70만3,000여대 판매), 인도 내수와 수출 60만 5,000대(지난해 약60만3,000여대 판매) 등 소폭 상향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기아차는 중국에서 K5, 스포티지R을 앞세워 지난해보다 10만대 가량 늘어난 43만대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현대ㆍ기아차 관계자는"두 지역에서의 환경 변화는 생산능력이 한계에 이른 현대ㆍ기아차에게 오히려 내실을 다질 기회가 될 수 있다"며"올해는 브랜드 인지도 향상을 통해 마진이 높은 중형차 판매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태희기자 bigsmil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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