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킬리는 하반신 마비에 킬리만자로를 좋아하는 한국인 아빠와 그 산의 가이드를 하던 용맹한 케냐인 엄마 사이에 태어난 까만 한국인이다. 밀양 박씨 31대손이자 떡볶이와 김치, 삼겹살을 좋아하는 킬리는 달리기와 춤, 랩을 잘하지만 초등학교 상급반으로 갈수록 움츠리고 침묵한다. 주목 받지 않는 것, 그건 까만 한국인이 한국 땅에서 살아갈 수 있는 그만의 생존법이다.
식인종 취급을 받는 것도 모자라 어느 날 좋아하던 여학생의 생리대 도둑으로 몰리자 킬리는 참담함을 극복하지 못하고 케냐로 떠난다. 엄마와 함께 도착한 케냐. 그러나 케냐도 킬리의 고향은 되지 못했다. 낯선 문화와 환경 속에서 킬리는 자신이 떡볶이를 좋아하는 한국 사람임을 더욱 절실히 느낀다.
이런 킬리를 변화시킨 것은 외할아버지가 전해준 하얀 사자 이야기. 외할아버지는 킬리를 암보셀리 초원으로 데려가 하얀 사자를 보여준다. 그리고 천덕꾸러기였던 하얀 사자가 역경을 극복하고 당당히 초원의 왕으로 군림하게 된 이야기를 전해준다. 이 때부터 킬리의 마음 속에는 하얀 사자가 자라기 시작하고, 엄마와 함께 등정한 킬리만자로에서 자신이 창피하게 생각했던 엄마를 다시 보게 됐다. 한국에서는 초라하고 서툰 엄마지만 킬리만자로에서는 강인하고 자랑스러운 거인이었다. 킬리는 케냐인의 피도 창피한 것이 아님을 깨닫는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 킬리는 당당하게 변한 모습으로 어려움을 극복해간다. 이웃에게 명랑하게 인사하고, 친구들에게도 더 이상의 누명은 사절한다고 공표한다. 하나 둘 친구들이 생기고, 친구들은 자신들이 가졌던 편견을 부끄러워한다. 킬리는 태국 엄마를 두고 과거 자신처럼 움츠리고 있는 같은 반 친구 이세종에게 다가가 외할아버지가 준 사자 이빨(하얀 사자를 낳은 어미 사자의 이빨)로 만든 목걸이를 선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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