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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산을 산처럼, 나무를 나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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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산을 산처럼, 나무를 나무처럼

입력
2011.02.05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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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날 것 같지 않던 추위가 한결 누그러졌다. 모처럼 부드러워진 날씨와 설 연휴에 고향을 담았던 마음들이 웅크렸던 우리의 몸과 마음을 따사로운 봄 햇살처럼 살며시 녹여 줄 것 같다.

먼 산을 바라보니 조금씩 녹아 내리는 눈은 골과 능선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부드러운 우리 산의 윤곽을 그대로 드러내어 더없이 아름답다. 지난 가을에 잎을 떨구고 이제 쌓였던 눈마저 떨구어 낸 나뭇가지들의 섬세함이 드러나며 애잔함과 대견함을 더한다. 모든 것이 어울려 뭉클한 감동으로 스며드는 겨울 아침이다.

획일적인 국립공원 지정

장하게도 언 땅을 꼬물꼬물 뚫고 올라와 새 봄을 안겨줄 풀들에겐 경이로움을 보탠다. 모질었던 눈은 녹아서 숲의 생명을 일깨우는 원천이 된다. 설사 눈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부러진 가지가 있다 한들 그 틈새에 스민 새 볕은 건강한 새 생명으로 채워지고 이어질 것이다. 숲은 그런 곳이다.

최근 산림청에서 아주 오랜 세월 보전하고 가꾸고 지켜온 점봉산과 계방산의 국립공원 편입을 두고 논란이 많았다. 다양성을 중시하는 일부 생태학자들도 이 산들의 공원 지정에 대해 보전이라는 획일적 시선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참 놀라왔다. 정말 이 땅에서 제대로 된 산과 나무, 그 본연의 모습과 기능을 지켜나가는 일이 무엇일까 생각해보았다.

산들의 다양성만큼이나 그 답도 다양할 것이다. 만일 인류가 태초의 산림을 그대로 두었다면 그 천연림의 절대 보전이 답이지만, 우리는 오래도록 산에 기대어 살다가 산을 훼손하며 지내 왔으니 상황이 다르다. 우리의 산림 선배들은 목숨을 내놓고 도벌을 막고, 황폐한 불모의 산에 한 그루 한 그루 나무를 심고 가꾸어 세계에서 가장 빠른 기간에 국토를 푸르게 만드는 성공을 이루었다. 그리고 지금은 산들이 본연의 모습으로 거듭나게 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천연의 숲은 그대로 보전해야 한다. 그러나 나무를 심은 산은 숲 가꾸기를 해야 한다. 조밀하게 심은 나무를 그대로 두면 햇볕이 들지 않아 가지와 작은 키 나무, 땅 위의 풀들이 사라진 죽은 공간이 된다. 적절한 솎아내기와 가지치기를 해주어야 나무도 가치 있게 크고 다양한 생물이 각기 건강하게 살 수 있다. 많은 국유림이 포함된 산림청의 산림유전자원 보호구역은 이렇게 각기 특성에 따라 국제적 기준에 합당하게 적절한 계획을 세워 숲을 건강하고 아름답게 지켜가는 좋은 제도이다.

이와 함께 숲을 찾아 건강을 되찾고 휴식과 영감을 얻는 국민을 위해선 절대 보전이 필요하지 않은 곳에 산림휴양림을 만들고, 야트막한 옛길들은 둘레길로 제공한다. 학교 담장 대신에 학교 숲을 만들어 아이들의 마음도 푸르게 바꾸어 가고, 대대로 산에 기대어 살아가는 산촌에는 지속 가능한 삶과 문화와 자연을 조화롭게 영위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숲의 특성에 맞게 가꿔야

환경부의 국립공원은 우리가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숲들이며 아주 잘 발전되어 왔다. 하지만 왜 좋은 숲을 모두 국립공원이라는 한 잣대로 묶어 그 다양하고 무궁한 가치를 모두 담아내려 하는가. 논란 끝에 결국 점봉산과 계방산은 국립공원에 편입되었다. 보전 혹은 관리의 이름으로 점봉산 최고의 야생화 군락, 쓸모 있는 목재로 커나갈 잣나무 숲, 계방산 깊은 곳에 숨어 살던 아름드리 가문비나무숲, 그리고 숲과 더불어 살아가던 점봉산 산촌 주민들의 삶이 사라지지 않길 바랄 뿐이다.

올해는 유엔이 정한 '세계 산림의 해'이다. 그 표어는 "미래의 답은 숲입니다" "숲은 사람을 가꾸고 사람은 숲을 가꿉니다"이다. 평생을 나무와 더불어 숲을 지켜온 사람들이 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힘을 보태주었으면 한다. 산을 산처럼, 나무를 나무처럼 가꾸는 노력과 마음이 정부 부처의 크기와 힘의 논리로 무시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산림청 식구들의 간절한 바람이다.

이유미 국립수목원 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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