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지에 몰린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이 위기를 탈출할 수 있을까.
6일(현지시간) 오마르 술레이만 부통령과 무슬림형제단 등 야권이 반정부 시위 이후 처음으로 협상을 시작하면서 무바라크의 퇴진 요구가 수그러들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특히 어떤 경우든 '무바라크 퇴진'을 선결조건으로 내걸었던 야권이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는 이유만으로도 무바라크 진영의 전략이 '어쩌면' 성공할지 모른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초상화 속 무바라크가 내려다보는 가운데 술레이만 부통령과 야권 대표들이 자리를 함께 했다"며 "이 같은 변화는 무바라크 진영이 야권의 맹렬한 공격을 누그러뜨리는 데 성공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전했다.
그 동안 무바라크는 9월 대선 불출마 선언, 내각 개편 등의 유화책을 던지면서 퇴진만은 거부했다. 이번 협상을 통해서도 헌법 개정, 30년간 지속된 비상조치 해제 등의 '전술적 후퇴'를 하면서 무바라크 퇴진은 보장되지 않았다. 무바라크는 7일에도 새 내각 구성 이후 처음으로 전체 각료회의를 주재, 남은 임기를 채우겠다는 의지를 재차 드러냈다.
국제사회가 무바라크 퇴진을 직접 거론하지 않으면서 점진적 권력이행에 무게를 두는 점과 연일 이어진 시위에 대해 국민들이 느끼는 피로감도 무바라크 진영의 연명 가능성을 더해 준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도 6일 "무바라크 대통령은 대선에 다시 출마하지 않을 것이고, 그의 임기는 올해 끝난다"고 언급, 무바라크의 제한적 유임에 힘을 실었다.
그러나 야권이 무바라크 퇴진을 여전히 요구하고 있는데다 타흐리르 광장에 모여있는 시위대도 이번 협상을 '정부의 시간 끌기'라고 판단하고 퇴진을 관철시키겠다는 입장이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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