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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경제는] 신흥시장국 뒤흔드는 인플레이션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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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경제는] 신흥시장국 뒤흔드는 인플레이션 공포

입력
2011.02.05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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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흥국 물가와의 전쟁 총력전 구조적 요인…단기 해결 어려워

연초 알제리와 튀니지에서는 물가폭등으로 못살겠다며 길거리로 나선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하면서 수백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측한 것으로 유명한 뉴욕대 루비니 교수는 식량 및 에너지 가격의 급등이 신흥국의 정권도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인도에서 음식의 주재료인 양파 가격이 1년 사이 네 배 넘게 올라 시민들의 불만이 폭발하고 현 정부에 대한 지지율이 크게 떨어졌다고 한다. 신흥국의 인플레이션은 올해 세계경제가 직면한 가장 큰 리스크이다. 적절히 대응하지 못할 경우 사회적 동요와 불안이 야기될 수도 있다.

물가가 얼마나 무섭게 뛰고 있기에 이런 소식들이 들려오는 것일까. 신흥국의 물가상승률은 지난해 상반기에도 이미 상당한 수준이었지만 하반기 이후 더욱 빠르게 뛰고 있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중국은 작년 상반기 2.6%(전년 동기비)에서 같은해 12월 4.6%로 두 배 가까이 올랐고, 같은 기간 브라질은 5.0%에서 5.9%, 러시아도 6.6%에서 8.8%로 뛰었다. 인도의 경우 상승세가 약간 둔화되긴 했지만 10% 내외의 상승률이 이어지고 있다. 브릭스(BRICs) 이외의 국가들도 마찬가지다.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칠레, 아르헨티나 등 신흥국 대부분이 물가급등을 경험하고 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이 와중에도 선진국은 인플레이션 우려에서 비켜 서 있다는 사실. 미국의 작년 12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1.5%에 불과했고 일본은 아직도 디플레이션을 염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유독 신흥국에서만 물가가 치솟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식품가격이 사상 최고수준이다. 신흥국은 식품이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선진국보다 2~3배 가량 높아 식품가격 변동에 매우 민감한 물가구조를 가지고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작년 12월 식품가격이 전년동기대비 25% 상승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수요 증가와 공급 감소가 동시에 맞물렸기 때문. 신흥국의 식품소비는 생활수준의 향상으로 증가 추세인 반면, 곡물 수확은 인도, 중국, 미국, 아르헨티나 등 주요 산지에서 폭우, 폭설, 가뭄 등 기상이변으로 크게 줄었다.

둘째, 강한 경기회복. 작년 미국, 유로지역 등 선진국의 경제성장률은 3%에 그쳤으나 신흥국의 성장률은 7%를 넘었다. 경제가 빠르게 성장할 때 가계와 기업은 소비와 투자를 위해 더 많은 물건을 필요로 한다. 이 때 생산량이 충분히 늘어나지 않으면 물가는 오를 수밖에 없다. 경기회복 속도가 더딘 선진국의 수요는 아직 금융위기 이전 수준에 미치지 못하지만 신흥국의 수요는 위기기간에도 위축되지 않았고 더욱 빠르게 증대되고 있다.

셋째, 시중에 돈이 많이 풀렸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각국 정부가 지출을 적극적으로 늘리고 중앙은행은 많은 유동성을 공급했다. 특히 최근 선진국의 자본이 경기전망이 좋은 신흥국으로 유입되면서 유통되는 돈의 양은 더욱 늘어났다. 결과적으로 브릭스 국가의 작년 3분기 통화증가율(10~32%)은 2% 수준인 선진국과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높았다. 이같이 시중에 돈이 넘쳐나게 되면 제한적으로 공급되는 물건의 값이 자연스레 오를 수밖에 없다.

신흥국들은 물가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응하고 있다. 우선 금리 인상. 작년 3월 인도와 말레이시아가 기준금리를 인상한 이후 브라질, 칠레, 대만, 태국, 그리고 중국이 금리인상 대열에 합류했다. 금리를 올려 유동성과 수요의 팽창을 억제하겠다는 것이다. 일부 국가들은 식품가격의 안정을 위해 가격과 물량을 직접 통제하기도 했다. 중국이 작년 11월 생필품 가격의 통제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물가안정 대책을 발표했고, 인도가 양파 수출을 전면 금지하고 나선 것이 대표적이다.

그렇다면 신흥국이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에서 언제쯤 승전고를 올릴 수 있을까. 일부에선 최근 물가상승이 주로 기후여건 등에 따라 변동이 심한 식품가격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일시적 현상으로 그칠 가능성을 제기한다. 하지만 식품가격 상승의 배후에 있는 수요 증대가 구조적인 문제이고 신흥국의 강한 경제성장과 선진국으로부터의 유동성 유입도 계속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번 전쟁은 아무래도 단기전으로 끝날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이홍직 한국은행 해외조사실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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